
얻으려는 자…광산의 노동자들 “우리도 살고 싶다”
버리려는 자…사장과 법률대리인 “너희는 이길 수 없다”
이건명 ‘존’, 백주연 ‘나탈리’…‘전설의 커플’ 다시 한 번
“왜 너희가 지는 줄 알아? 너희는 늘 뭔가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린 얻으려고 하지 않아. 우린 버리지. 인간성 그리고 양심까지.”버리려는 자…사장과 법률대리인 “너희는 이길 수 없다”
이건명 ‘존’, 백주연 ‘나탈리’…‘전설의 커플’ 다시 한 번
할란카운티 연방검사 출신인 광산회사 법무대리인 패터슨의 말입니다. 이 짧은 대사 한 줄이 가진 어두운 울림은 속상할 정도로 큽니다. 어쩌면 이 뮤지컬 작품을 통째로 꿰뚫는 단단한 꼬치일지 모릅니다.
뮤지컬 ‘할란카운티’는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명확한 작품입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구하고자 투쟁하는 광산 노동자들과 이들을 저지하고자 하는 광산회사 측은 손만 대도 베일 정도로 날카로운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패터슨의 대사는 이 싸움이 ‘얻으려는 자들’과 ‘버리려는 자들’ 간의 싸움임을 암시해 줍니다. ‘버리려는 자들’을 ‘지키려는 자들’로 치환해 볼 수 있다면, 어쩐지 선과 악이 뒤바뀐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뮤지컬 ‘할란카운티’는 이번 시즌이 삼연입니다. 2019년 부산, 서울에서 초연을 올렸고 2021년 재연을 했죠. 지난 시즌까지 제목은 ‘1976 할란카운티’였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1976’을 뺐네요.

이 작품의 가장 큰 ‘할 말(주제)’는 ‘인권탄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하부 기둥이 있으니, 하나는 존이 이끄는 광산 노동자 투쟁그룹이고 또 하나는 흑인차별을 피해 자유를 찾아 떠난 다니엘과 라일리입니다. 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별개의 두 그룹은 전국 광산노조연합 가입을 위해 광산을 떠났다가 토니 보일(광산회사 사장), 패터슨 일당의 사주에 의해 피살되는 노조위원장 모리슨에 의해 연결됩니다.
극명한 선과 악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도 있습니다.
광산노동자이지만 자신의 정의 기준에 따라 회사 편에 서서 존, 노동자 그룹과 대립하는 배질, 그리고 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역시 회사의 음모를 돕는 나탈리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뒤늦게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그 결말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광산을 배경으로 한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 그래서일까요. ‘할란카운티’라는 작품을 색깔로 지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블랙’일 겁니다. 검은 탄광, 석탄 범벅의 얼굴을 한 사람들, 남부에서 도망친 흑인. ‘할란카운티’의 음악도 무게감이 적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한 ‘현자’의 위치인 모리슨이 죽기 전에 종종 한 말이 있습니다.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갈 땐 모두 다르지. 하지만 나올 땐 모두 검어. 그래서 광부들은 편견없이 볼 수 있다네.”
모리슨은 기차역에서 만난 다니엘과 라일리에게 이런 말도 합니다.
“도망친다고 자유를 얻을 수는 없다네. 자유를 얻고 싶으면, 세상을 바꿔야 하지.”

등장인물들의 길고 처절한 싸움은 ‘얻었으나 웃을 수 없는 결말’로 막을 내립니다. ‘할란카운티’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들의 진짜 어려운 싸움은 돈, 권력 같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나약해지려는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이 작품은 반복해서 되새기게 합니다. 존과 나탈리가 감옥 면회실에서 부르는 이중창 ‘끝없는 어둠’이 그토록 절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에는 ‘그러나 승리에는 반드시 영웅의 희생이 따른다’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할란카운티’에서 단 한 명의 영웅을 골라야 한다면 역시 광부 ‘존’일 겁니다.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존’ 역으로 모였습니다. 류정한, 안재욱, 이건명, 임태경 배우가 이번 시즌의 ‘존’입니다.
제가 본 날은 이건명 ‘존’이었습니다. ‘절절함’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추종이 불가능한 배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이건명 배우의 능력을 ‘진솔력’이라고 표현하고는 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대사는 존의 “나는 7번 갱도로 간다”가 아니었을까요.

‘나탈리’ 역의 백주연 배우는 관객의 시각으로 한정할 때 감정 표현의 한계를 두지 않는 배우입니다. 단 한 곡의 넘버만으로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 손톱보다 작은 점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거대한 볼록렌즈 같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할란카운티’에서는 나탈리가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넘버 ‘속죄’에서 그 능력이 여실히 증명됩니다. 백주연, 이건명 배우는 사실 ‘삼총사’에서 아토스와 밀라디로 이미 ‘전설의 커플’을 완성한 바 있죠. 그 여운은 ‘할란카운티’의 존과 나탈리로 확실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악역 중의 악역인 패터슨. 김상현 배우의 연기를 저는 좋아합니다. 김상현 배우의 악역은 꽤 다채로운 인격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야말로 돌직구. 보통 이런 악역은 ‘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인 경우가 많은데, 김상현 배우는 패터슨을 ‘밉고 또 미운데 할많하않’의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니엘’의 박장현. 발성과 음색이 칼날처럼 선명해 확실하게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전해져 왔습니다. 열 개의 공을 던지면 열 개가 전부 미트로 퍽퍽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라일리’ 김륜호 배우의 열연도 저를 기립하게 만든 확고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글로벌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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