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연 이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매 시즌 큰 화제를 모았던 연극 ‘더 드레서’가 올겨울 더욱 풍성해진 새로운 프로덕션을 예고하며 12월 27일 토요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제작사 ㈜나인스토리는 믿고 보는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한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가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가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5년간 드레서로 일하며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모티브로 해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극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영국 지방의 한 셰익스피어 극단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을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과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헌신적으로 그를 보필하며 공연을 올리려는 드레서 ‘노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부족한 배우 인원과 공습경보마저 울리는 극한 상황 속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캐릭터들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서 드레서(Dresser)는 ‘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을 뜻하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작품 속 ‘노먼’은 ‘선생님’ 곁을 지키며 헌신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시즌 ‘선생님’ 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박근형, 정동환이 맡아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16년간 선생님의 드레서로 함께해 온 ‘노먼’ 역에는 송승환, 오만석이 캐스팅돼 기대를 더한다. 특히 초연부터 삼연까지 ‘선생님’ 역을 맡았던 송승환이 이번에는 ‘노먼’ 역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며, 초연부터 매 시즌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 오만석이 다시 한번 ‘노먼’으로 돌아온다.


선생님의 상대역 배우이자 오랜 연인인 ‘사모님’ 역에는 송옥숙, 정재은이 출연해 무게감을 더한다. 이 외에도 극단의 배우 ‘제프리’ 역에 송영재, 유병훈이, 무대감독 ‘맷지’ 역에 이주원이, 배우 ‘옥슨비’ 역에 임영우, 한기장이 함께해 탄탄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한기장은 이번 시즌 뉴 캐스트로 새롭게 합류한다.

장유정 연출이 초연부터 삼연까지 이끌어 온 데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아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예고한다.

‘더 드레서’는 20세기 후반 최고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1980년 영국 초연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198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1984년 극단 춘추의 공연으로 제21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인생의 끄트머리에 선 배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극중극 형태로 보여주는 ‘더 드레서’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자신의 삶과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더 드레서’는 12월 27일 토요일부터 2026년 3월 1일 일요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