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원 운탄고도 1177갱에서 내려다 본 백운산은 아직 가을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운탄고도와 백운산 등산로를 잇는 하늘길은 손꼽히는 트레킹 명소다. 정선 | 양형모 기자
초겨울 정선의 공기는 도시보다 반 박자 빠르게 차가워졌다. 하이원리조트에 도착해 SUV 차량으로 갈아타고는 도롱이 연못을 보기 위해 비포장 경사길을 20분가량 올랐다. 본격적으로 거친 길이 시작되자 일행의 대화는 잦아들었고, 바퀴가 헛도는 소리에 여기저기서 안전벨트 채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못은 이미 겨울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표면엔 옅은 얼음, 바람은 맑고 고요하다. 지반 침하로 생긴 작은 연못으로, 탄광 시절 광부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빌던 장소였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도롱뇽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날은 사고 없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SUV를 타고 올라와야 하는 이 험한 곳을 누군가는 매일 다른 목적으로 올랐던 것이다.

도롱이 연못과 ‘운탄고도 소원의 종’ . 광부의 아내들이 연못에서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었다고 한다.

1177갱의 입구.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광부의 형상이 인상적이다
운탄고도는 이름 그대로 석탄을 실은 탄차가 다니던 길. 지금 트레킹 코스가 되었지만 곳곳의 검은 빛을 띤 토양은 여전히 탄광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1177갱 입구 앞에는 실물 크기의 광부 동상이 서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인사하는 광부의 또 다른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다. 갱도는 막혀 있어서 몇 미터밖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막장 인생’의 유래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던 것 같다.

운암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풍나무의 자태에 탄성이 나오게 된다
리조트로 돌아오니 풍경이 바뀌었다. 한때 미식의 자존심으로 통했던 운암정으로 향한다. 지금은 한옥 베이커리 카페로 탈바꿈한 운암정. 들어서니 마당 한가운데에 눈부신 붉은색으로 몸을 감싼 단풍나무가 서 있다. 운암정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친숙한 곳인데 실제로 방문해 보면 그 단아함을 화면이 제대로 담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운암정의 ‘해님꽃’ 세트는 강원도의 재료를 한 상에 모아놓았다. 떡과 과자, 녹차 아이스크림과 약과, 보리 강정 등의 구성인데 입보다 눈이 앞서 호강이다. 마당에 비친 햇빛까지 함께 먹는 느낌이다.

강원랜드 K-HIT 마스터플랜의 핵심인 그랜드돔의 조감도
하이원리조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최근 창립 27년 만에 종합 발전 전략 ‘K-HIT 마스터플랜’을 내놔 화제가 됐다. 2035년까지 약 3조 원을 투입해 그랜드코어·아트·웰니스·레포츠 존으로 리조트를 재편하고, 사계절 운영이 가능한 실내 미디어돔 아레나와 신축 호텔, 신규 그랜드카지노를 중심으로 연간 방문객 1300만 명, 매출 3조5000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청정 숲과 기존 스키장·골프장·워터월드를 ‘웰니스’와 ‘레포츠’라는 언어로 묶고, 산림레포츠 파크와 웰니스 빌라, 케이블카·대형 주차장 같은 인프라를 더해 글로벌 K-복합리조트로 도약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구상이다.

전복, 갑오징어 등 고급 해산물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오리엔 황제짬뽕

오리엔 탕수육의 소스. 과일향과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점심은 리조트 내 중식당 ‘오리엔’. 전복 가지 볶음밥과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했던 황제짬뽕이 오늘의 메뉴다. 일행 모두 짬뽕에 꽂혀 줄줄이 이걸 주문하는 바람에 오찬은 짬뽕파티가 되어 버렸다. 불짬뽕 같은 겉보기와 달리 순하면서 깊은 맛의 국물, 전복 두 개, 작은 갑오징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짬뽕으로 가성비까지는 몰라도 돈값은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다. 곁들임으로 주문한 탕수육은 새콤한 소스가 혀를 놀라게 했다. 근년 먹어본 탕수육 소스 중 최고가 아닐까.

야외 웰니스 스팟인 ‘네이처힐링 존’의 족욕프로그램. 한약재와 허브티, 아로마 오일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콘셉트다
이제 족욕 체험장으로. 긴 테이블 아래로 싱크대 모양의 작은 욕조들이 줄지어 있고, 자리마다 개인 의자가 놓여 있다.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녹색 입욕제를 풀어주면 물빛이 천천히 변색된다. 발을 담그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따뜻함에 온몸이 풀어진다.

하이원의 웰니스 프로그램 ‘위스키 감각 저널링’ 수업 모습.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린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하이원 스페셜 코스의 ‘정선 사과무스와 녹차소스’ 메뉴
만찬은 제대로 ‘각’을 잡았다. 하이원이 자랑하는 스페셜 코스. ‘눈개승마 소금빵과 곰취롤’, ‘감자 옹심이’, ‘영월 오골계 트러플 만두’, ‘고랭지 배추와 정선옥수수 샐러드’, ‘페리고든 소스의 강원도 한우 안심스테이크’, ‘정선 사과무스와 녹차소스’. 메뉴 리스트만 봐도 강원도의 맛, 하이원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강레오 빙의해서 진지하게 시식해 본 결과 모두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 너머의 정선에는 늦은 오후의 차분함이 깔리고 있었다. 도롱이 연못의 고요, 운탄고도의 흙냄새, 운암정의 강렬한 단풍, 족욕장의 따뜻한 물, 위스키 명상의 낮은 울림이 한 줄로 곧게 이어졌다. 탄광 도시에서 리조트, 그리고 K-HIT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강원랜드의 시간 역시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가는 중일 것이다. 여행자는 그 위를 잠시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겠지만, 이곳의 다음 10년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대의 조각들을 꼭 움켜쥐고 내려올 수 있었다. 안녕, 하이원. 사과무스는 정말 맛있었어.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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