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재단 홍보팀이 영하 10도의 겨울에도 서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실내여행코스 ‘시네마 서울’을 소개했다. 사진은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이 영하 10도의 겨울에도 서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실내여행코스 ‘시네마 서울’을 소개했다. 사진은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



영화는 CGV에서만 봐야 하는 줄 아는 사람. 영화의 신세계에 눈을 뜰 시간이 왔다. 영화 한 장면처럼 고요한 서울의 겨울,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행을 떠나보자.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이 12월, 차가운 계절에도 아늑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실내 여행 코스 ‘시네마 서울’을 소개했다. 서울 곳곳의 영화관, 음악숍, 독립서점 등 감상 중심의 공간을 엮은 이번 코스는 빠르게 소비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날로그 정서를 즐기며 머물 수 있는 겨울 여행을 제안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장소는 서울아트시네마다. 종로에서 정동으로 옮겨온 뒤에도 필름상영, 회고전 중심의 색깔을 유지하며 서울에서 대표적인 예술 영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2002년 국내 최초의 시네마테크 전용관으로 출발해 영화사 보존과 작가주의 영화 소개에 힘써온 공간이다. 상업영화 중심 환경에서도 고전 복원 상영, 감독 특별전, 해외 연구자 초청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이어가며 ‘영화를 문화로 바라보는 태도’를 확장해 왔다.

올해도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 영화제를 열어 비주류 영화의 접근성을 넓혔고, 12월에는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이 21일까지 진행된다. 관객과 감독이 참여하는 GV, 소규모 토크 프로그램, 희귀 포스터 전시도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방식의 감상 경험이 가능하다.
라이카 시네마 상영관 입구

라이카 시네마 상영관 입구


서울의 또 다른 독립 상영관 라이카 시네마는 37석 규모의 단관극장으로, 독립영화와 해외 예술영화를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이 강점이다. 2021년 개관 이후 주제별 기획전, 신진감독 특별전, 배급사 협업 프로그램 등 폭넓은 상영을 선보여 독립영화 생태계와 꾸준히 연결돼 왔다.

관객과 스크린의 거리를 계산해 설계된 상영관은 시선이 방해받지 않도록 구성돼 있어 작은 공간에서도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옥상에 조성된 루프탑 가든 역시 라이카 시네마만의 매력이다. 영화 관람 전후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조용한 공간으로, 겨울 하늘 아래에서 감상 후의 여운을 나누기 좋다. 12월에는 국내 영화 ‘허들’, ‘멀고도 가까운’, ‘고당도’와 해외 영화 ‘행복한 라짜로’, ‘사운드 오프 폴링’ 등 다양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회차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이 페이보릿 내부

마이 페이보릿 내부


영화 감상 이후에는 음악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도 좋다. 마이 페이보릿은 LP와 영화 OST, 소장용 굿즈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하는 음악 편집숍으로, 겨울 분위기와 특히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디지털 음원과 다르게 LP를 직접 들어보고 음반 재킷을 살펴보는 체험 자체가 하나의 취향 여행이 된다. 특히 고전 OST와 재즈, 포크 장르의 선곡은 추운 계절 특유의 정서를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매장 한편에는 다양한 영화 관련 소품과 포스터, 인터뷰 서적 등이 마련돼 있다. 사장 개인의 영화 평론 메모도 볼 수 있는데, 전문적인 글보다 친밀한 구성이어서 방문객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번화가와 살짝 떨어진 위치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코프키노 시네필

코프키노 시네필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코프키노 시네필은 중랑구 중화동 골목에 자리한 영화 전문 독립서점이다. 비평서, 감독론, 인터뷰집, 시나리오북 등 영화 텍스트 전반을 다루는 드문 구성으로, 영화 애호가와 영상 관련 전공자들이 꾸준히 찾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서점 내부는 다양한 인쇄물과 포스터로 꾸며져 있어 ‘영화를 책으로 감상하는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싸인 받은 ‘E.T’ 포스터는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다. 이외에도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탕웨이, 봉준호 등 국내외 영화인들의 사인이 모여 있어 방문객에게 흥미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코프키노 시네필은 모임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 영화 글쓰기 모임, 독서모임, 영화제 관람 후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영화라는 예술이 제작부터 관람, 담론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지역에서 구현해 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네마 서울’ 코스는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감상형 공간을 따라 걷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영화 한 편, 오래된 사운드, 한 권의 책이 추운 겨울에 잔잔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선이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