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XC90은 전동화 비전을 투영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정교한 그릴 디자인으로 플래그십의 존재감을 완성했다. 실내는 11.2인치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Volvo Car UX’를 탑재해 디지털 편의성을 높였으며, 고도화된 안전 기술과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신형 XC90은 전동화 비전을 투영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정교한 그릴 디자인으로 플래그십의 존재감을 완성했다. 실내는 11.2인치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Volvo Car UX’를 탑재해 디지털 편의성을 높였으며, 고도화된 안전 기술과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인 신형 XC90의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거머쥐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물리적인 질감을 넘어선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2015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이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럭셔리 SUV 시장의 기준으로 군림하며 쌓아온 헤리티지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었을 때 들려오는 미세한 전기 모터의 구동음과 더욱 선명해진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 차가 단순한 연식 변경을 넘어 볼보의 미래 권력을 상징하는 EX90의 영혼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의 깊이
신형 XC90의 외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의 정교한 눈매다. 전기 플래그십 EX90에서 차용한 슬림한 디자인은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대형 SUV의 인상을 날렵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사선의 메시 인서트 그릴은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도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역동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시승 모델인 울트라 트림의 브라이트 테마는 크롬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과하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며, 야간에 차량 도어를 열 때 펼쳐지는 라이트 시퀀스는 마치 차가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감성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실내는 단순히 ‘고급스럽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공간의 미학을 담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나파 가죽의 은은한 향과 따뜻한 질감의 우드 데코는 운전자를 무장 해제시킨다. 수평형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11.2인치 독립형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크기의 확장을 넘어 픽셀 밀도를 21% 높여 눈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주행 중에 조작해 본 터치 반응은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 덕분에 막힘없이 매끄럽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의 대명사인 티맵(TMAP)은 물론,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와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차를 온전한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특히 1410W급 바워스 앤 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를 거대한 콘서트홀로 변화시키며, 감성적인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새롭게 디자인된 21 인치 휠과 우아한 라인이 조화를 이룬 XC90 측면 디자인.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새롭게 디자인된 21 인치 휠과 우아한 라인이 조화를 이룬 XC90 측면 디자인.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오감을 파고드는 주행의 완성
본격적인 도로 주행에서 B6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플래그십 SUV가 지향해야 할 여유로운 출력을 보여준다.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kg·m는 2.3톤이 넘는 거구를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48V 배터리가 가속 페달의 초기 응답성을 매끄럽게 보조하며 내연기관 특유의 이질감을 최소화한다. 가속 시 느껴지는 엔진의 회전 질감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급격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붙이는 정제된 힘을 발휘한다. 이는 고성능을 과시하기보다 탑승객 모두에게 평온한 이동을 제공하고자 하는 볼보의 세팅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B6 울트라 트림에 기본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과 액티브 섀시의 조화는 일품이다. 초당 500회씩 도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감쇠력을 조절하는 이 시스템은 노면의 불쾌한 진동을 세련되게 걸러낸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의 충격은 섀시 끝단에서 흩어지며 실내로는 기분 좋은 미동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고속 주행 시에는 차고를 낮춰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하고, 코너링 상황에서도 대형 SUV 특유의 롤링을 훌륭하게 억제하며 편안함과 신뢰감을 동시에 준다.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로 꼽히는 이유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