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지킬앤하이드’에서 1인 15역을 해낸 차정우. 사진제공 |글림아티스트
대학로 링크더스페이스 무대 중앙에 문 하나가 외롭게 서 있다. 어슴푸레한 조명이 텅 빈 공간을 매만지면, 문은 왠지 모를 위압감을 뿜어낸다. 곁에 놓인 작은 의자와 테이블, 옷걸이가 무대의 전부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이 간결한 공간은 1인 다역을 소화할 퍼포머(PERFOMER)가 발을 들이는 순간 거대한 인간 심리의 미로로 돌변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쩌렁쩌렁한 넘버도 없다. 오직 배우 한 명의 대사와 숨소리, 그리고 몸짓만으로 140년 전 고전을 2026년의 생생한 현장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2024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첫선을 보인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2025년 국내 초연을 거쳐 올해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화려한 포장지를 걷어낸 무대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작품이 관객에게 내놓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의 경계가 과연 실재하느냐는 것. 우리는 지킬을 선으로, 하이드를 악으로 규정한다. 둘을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며 자신의 도덕적 안전지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동화. 사진제공 |글림아티스트

배수빈. 사진제공 |글림아티스트

정욱진. 사진제공 |글림아티스트
이 작품은 하이드를 약물 부작용이 아닌, 사회적 가면 뒤에 숨겨진 우리 모두의 ‘그림자’로 정의한다. 도덕과 규범이라는 틀로 꾹꾹 눌러왔던 욕망이 구체적인 형상을 입고 튀어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깊이 감추어진 금고를 열어본 자가 마주한 것이 공포스러운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통찰은 이 연극을 관통하는 핵심 줄기다. 관객은 기괴한 뒤틀림 속에서 거울 뒤에 숨겨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된다.
이야기를 이끄는 축을 지킬이 아닌 변호사 가브리엘 어터슨으로 설정한 점도 독특하다. 어터슨은 친구 지킬의 기이한 행적을 쫓는 추적자이자, 하이드라는 악의 실체를 대면하는 목격자다. 관객은 어터슨의 고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역전이 일어난다.
어터슨은 “그는 내 친구였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습니다”라며 회상을 시작한다. 그는 타인의 악을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을 확인받으려 하는 인간의 교묘한 심리를 대변한다. 지킬의 추락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하이드의 잔인함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대중의 속성과 닮았다. 타인의 추악함을 목격하며 느끼는 묘한 쾌락은 우리 역시 하이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다.
1인극이라는 형식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무기다. 한 명의 퍼포머가 지킬과 하이드를 포함해 엔필드, 레니언 박사, 집사 풀 등 15명의 인물을 오간다. 연기 기술을 뽐내기 위함일 리 없다. 한 사람 안에도 수만 가지 얼굴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목소리와 신체의 변주만으로 인격을 갈아 끼우는 과정은 인간의 다층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배우의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 장치가 되는 것이다.
배수빈, 정동화, 정욱진, 차정우 네 배우가 다른 색깔의 지킬과 하이드를 보여준다. 배우마다 해석하는 공포의 무게가 다르기에 관객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다각도에서 응시하게 된다. ‘제4의 벽’을 허문 연출은 관객을 사건의 전말을 듣는 배심원이자 공범자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연극은 하이드의 소멸이 아닌 끈질긴 생명력에 주목한다. 지킬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우리가 그토록 부정하고 싶었던 하이드의 흔적이다. 타인을 손가락질하며 자신의 결백을 위안 삼던 태도는 “나는 그를 구할 수 있었을까?”라는 어터슨의 절규 앞에서 힘을 잃는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하이드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만 선명하게 남는다.
140년 전의 이야기는 2026년의 무대 위에서 여전히 유령처럼 떠돌며 인간의 본질을 비춘다. 사회적 규범이라는 견고한 문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을 이토록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은 흔치 않다.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이 작품만큼 정직한 거울은 없을 것이다. 위선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인간 도덕성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6월의 대학로, 하이드가 당신을 기다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










![이영애 점프샷 못 참지!…동료 여배우들도 난리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5/29/134016317.1.jpg)






![맹승지 “개그우먼 은퇴…마음속은 이미”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5/29/134016204.1.jpg)
![[공식] 신혜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변신, ‘대시’ 출연확정](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6/01/134032899.1.jpg)





![송해나 비키니 자태 미쳤다, 군살 제로 ‘갓벽 몸매’ [DA★]](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0459.1.jpg)


![“미야오슐랭” 선언 미야오, 짙어진 정체성 예고 (종합)[DA현장]](https://dimg.donga.com/a/232/174/95/1/wps/SPORTS/IMAGE/2026/06/01/134031147.1.jpg)

![김혜수, 20대 기죽이는 감탄 각선미…호탕함도 여전 [DA★]](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1074.1.jpg)
![송해나 비키니 자태 미쳤다, 군살 제로 ‘갓벽 몸매’ [DA★]](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0459.1.jpg)
![53세 최은경 바디프로필, 20대 뺨치는 감탄 핫바디 [DA★]](https://dimg.donga.com/a/72/72/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0490.1.jpg)


![김유정, 다시 백아진 빙의…도발적 눈빛 ‘치명적’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6/01/134031232.1.jpg)
![김혜수, 20대 기죽이는 감탄 각선미…호탕함도 여전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1074.1.jpg)
![53세 최은경 바디프로필, 20대 뺨치는 감탄 핫바디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0490.1.jpg)
![송해나 비키니 자태 미쳤다, 군살 제로 ‘갓벽 몸매’ [DA★]](https://dimg.donga.com/a/140/140/95/1/wps/SPORTS/IMAGE/2026/05/30/134020459.1.jpg)


















![장예원 주식 대박 터졌다, 수익률 무려 323.53% [DA★]](https://dimg.donga.com/a/110/73/95/1/wps/SPORTS/IMAGE/2023/12/01/122442320.1.jp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