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에이스 이소희를 만든 열정과 승부욕, 그리고 찢어진 어깨 [타이베이 리포트]

입력 2023-08-08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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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 중인 제42회 윌리엄존스컵 농구대회에 참가 중인 BNK 가드 이소희가 7일 선수단 숙소에서 인터뷰를 한 뒤 활짝 웃고 있다. 타이베이(대만)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부산 BNK 썸 가드 이소희(23·170㎝)는 데뷔 3년째인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전 경기(30경기)에 나서며 평균 출전시간 30분, 두 자릿수 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2022~2023시즌에는 득점 3위(16.47점), 출전시간 2위(34분29초)에 오르며 확실한 평균치를 만든 동시에 ‘베스트5’에도 선정되며 여자프로농구(WKBL) 정상급 가드임을 입증했다.

5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 중인 제42회 윌리엄존스컵 농구대회(이하 존스컵)에서도 팀의 핵심 자원임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본인의 강점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경기력에 다소 기복을 보인 탓에 박정은 BNK 감독에게 쓴 소리를 듣기도 했지다. 이에 이소희는 “해외에 나와서 직접 부딪쳐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며 “공격이 안 되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좀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열정은 이소희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가드였던 스티브 내쉬와 리키 루비오를 언급하며 “내가 해보지 못한 농구를 그들은 하고 있다”고 부러워할 정도다. 이소희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내가 더 잘하려면 얼마나 노력하고, 연구해야 할지에 대해 부담도 많이 느꼈다. 그 부담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동안 감독님께서 2번(슈팅가드)을 주로 맡기셨는데, 새 시즌에는 1번(포인트가드) 역할도 많이 맡기시는 것 같다”며 “더 강력한 수비가 들어올 테니 공이 없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멘탈(정신력)을 다스리는 것.” 이소희가 전한 또 하나의 과제다. 이는 남다른 승부욕과도 궤를 같이한다. “슛이 안 들어가면 스스로 화가 나서 몸이 떨릴 정도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점을 고쳐야 한다’고 하시는데,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쉽지 않다. 눈도 감아보고 심호흡도 해보는데,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이제 그에 따른 부담도 어떻게든 이겨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전·후로 이소희의 어깨에는 테이핑 자국이 선명하다. 2019~2020시즌 경기 도중 오른쪽 어깨 연골이 찢어진 까닭이다. 이 부상으로 인해 슛을 던지는 손도 바꿨다. 부상 직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지금은 다시 오른손으로 슛을 던진다.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전이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슛을 완성했다. 스스로도 “데뷔 시즌과 비교해 가장 좋아진 부분이 슛”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를 하면서 슛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그런 상황에서 슛 던지는 손을 왼손으로 바꾸지 않았냐”면서도 “많은 지도자분들을 거쳤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지도력 덕분에 좋아진 게 아닐까. 내가 노력한 부분도 있겠지만, 더 잘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소희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슛 던지는 손을 바꿨다. 오른쪽을 못 쓰니까 왼쪽을 쓰자고 생각해서 바꿨는데, 오히려 재미있더라. 안 되던 걸 다른 걸로 보완할 수 있지 않나. 그래도 왼손으로 갔다가 오른손으로 돌아왔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잡이더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그래도 (그 부상이) 좋은 경험이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봤다. 예전에는 ‘40세까지 뛰겠다’고 했다면, 이제는 1년 1년을 더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 시즌 목표도 명확하다.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이다. BNK가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보다 좋은 성적은 우승뿐이다. “팀이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전한 이소희는 “챔피언결정전을 지난 시즌에 처음 치러봤다. 여자프로농구도 챔피언결정전을 더 재미있게 해서 남자프로농구의 안양 KGC와 서울 SK전처럼 여자농구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재미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고 미소지었다.

타이베이(대만)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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