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서 6회말 무사 3루 LG 김현수가 동점 1타점 우전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수많은 정보가 표시된다. 타자로 한정해도 확인 가능한 항목만 시즌 타수,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등 6개에 달한다. 이 중 누적 기록이 아닌 타율은 실시간으로 바뀌니 타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올 시즌 LG에선 신민재, 문보경, 문성주 등 타율 3할을 오르내리는 타자가 많다. 이에 염경엽 LG 감독은 “전광판의 숫자를 보는 순간 3할을 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야구를 ‘멘탈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결국 자신이 정한 루틴을 흔들리지 않고 지키느냐다”고 말했다.
현재 LG에서 3할을 친 시즌이 10회로 가장 많은 김현수에게는 사실 전광판이 무의미하다. 2021년부터 2시즌 연속 2할대에 머문 그는 더는 예전처럼 쉽게 3할을 넘기진 못해도 여전히 LG의 중심타자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에서도 그 이유를 다시금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김현수는 이날 더블헤더 제1경기(8-3 LG 승)에서 2-3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서 동점 1타점 2루타로 개인통산 3400루타를 돌파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3664루타), 김태균(한화 이글스·3557루타)을 바짝 뒤쫓는 KBO리그 역대 8번째 기록이다.
루타수는 전광판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3년부터 8시즌 연속 200루타를 너끈히 기록해온 김현수의 꾸준함도 전광판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20대 후반에 2년간(2016~2017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복귀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가 얼마나 꾸준한 타자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심지어 더블헤더가 펼쳐진 이날 하루 사이에도 꾸준함이 돋보였다. 더블헤더 제2경기에도 3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그는 0-2로 뒤진 3회말 1사 1루서 1타점 2루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4회말과 5회말에는 각각 희생플라이와 적시타로 타점 1개씩을 보태 팀의 9-5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래서 그가 10년 넘게 대표팀과 소속팀의 중심타자 자리를 굳게 지켜온 것이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