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선수들이 강원도 동해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전지훈련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풀 트레이닝에 전념하고 있다. 사진제공 | KB손해보험 배구단
코트 및 트레이닝센터 바닥재부터 치료실 설비까지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한 경기도 수원의 KB손해보험 인재니움 내 배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49)은 “팀 구성원 모두가 괴로운 시즌을 보냈다. 나도 힘들었지만 선수들은 훨씬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발전 대신 주저앉는 경험은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래도 아픔만큼 한 뼘 자랐다. 위기 및 승점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고, 나름의 노하우도 찾았다. 전력 보강이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은 분명히 있지만, 가능한 선에서 치열하게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합류해 잘 적응한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비예나(스페인)를 붙잡고, 아포짓 스파이커 한국민을 팀의 취약 포지션인 미들블로커(센터)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후 감독은 다시 희망을 본다. 그는 “지난 시즌을 시작할 때 우리를 높이 평가하던 시선은 이제 다 지워졌다. 이번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는 할 일을 하면 된다.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면 매 경기 발전하지 않겠나? 낮은 평가가 우리에게는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시즌 모든 지표가 전부 하위권이었다.
“맞다. 거의 대부분의 지표가 최하위에 속했다. 공격도, 디펜스도 좋은 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종합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해야 순위도 오르는데 그렇지 않았다. 6위를 할 만했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비시즌 내내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비시즌을 보내고 있나?
“범실이 너무 많았다. 스스로의 실수로 상대에게 내주는 점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범실을 최소화하는 경기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경기 중 범실이 줄면 경기의 퀄리티도 향상되는 법이다. 선수들도 공감한다. 자신들이 지나치게 실수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물론 미스를 의식해도 미스가 나오고, 미스 없이는 좋은 경기가 불가능한데, 그럼에도 줄여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이 강원도 동해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KB손해보험 배구단
-실책을 줄이는 방법이 따로 있나?
“우리만의 패턴을 가져가는 훈련에 집중했다. 가령 지난 시즌 강한 서브를 때리고, 2~3번 순번도 딱히 변화를 주지 않고 똑같이 세게 서브를 넣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흐름을 적절하게 바꿀 참이다. 1번이 강한 서브를 하면, 2번은 정확하게 넣는 등의 형식이다.”
-선수단이 다소 어린 편이다.
“1986년생(김홍정·미들블로커)부터 2004년생(박현빈·세터)까지 골고루 섞였다. 평균연령이 많이 낮아진 부분이 있다. 밸런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실전에선 코칭스태프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선수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새롭게 주장을 맡은 정민수(리베로)를 비롯한 선배들이 경기 중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어려운 경기가 있고 힘겨운 승부가 있을 텐데, 이럴 때 응집력이 필요하다.”
-능동적인 배구를 강조하는데.
“선수들은 배구를 이해해야 한다. 경기는 꾸준히 뛰고 있지만, 배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이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뛰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최대한 배구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즐거운 배구를 계속 주문한다. 코트에 생동감이 넘쳐야 팬들에게도 보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현재 전력은 어느 정도로 판단하나?
“과거 대한항공에서도 뛰었던 비예나는 벌써 V리그 4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우리 배구를 잘 알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만대표팀에서 꾸준히 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리우흥민의 활약이 중요하다. 처음 V리그에 도입된 아시아쿼터가 우리 팀에도 큰 변수다. 어쩌면 국내선수들의 현주소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훈련에서 드러난 실력은 괜찮은데, 실전 템포는 지켜봐야 한다.”
-‘봄배구’를 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냉정하게 보면 중상위권은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준플레이오프를 1차 목표로 잡았다. 일단 여기까지 진입하면 단기 레이스는 그 후에 다른 전략을 세우면 된다. 정규리그에서 큰 부상이 없어야 하고, 승점 관리를 잘하면 할 수 있다. 적어도 지난 시즌의 망신은 반복해선 안 된다. 동시에 젊은 선수들에게도 최대한 기회를 주고 싶다. 좋은 팀이 되려면 좋은 감독, 선수, 환경이 어우러져야 한다. 우리도 2~3년 내에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 팀으로 도약할 것이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