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이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을 마친 뒤 믹스드존에서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항저우(중국)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우상혁(27·용인시청)은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최대 경쟁자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을 만났다.
우상혁은 바르심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해보자”라며 취재진에게 건넬 인사를 가르쳤다. 바르심은 곧장 “안녕하세요”라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금메달을 놓고 겨룰 최대 라이벌이지만, 둘은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축제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바르심은 남자 높이뛰기 ‘현역 최강’이다. 남자 높이뛰기 역대 2위(2m43)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2017년 런던·2019년 도하·2022년 유진)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2021년 열린 2020도쿄올림픽에선 공동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에선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9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며 이번 항저우대회에 출전했다.
역시 우승을 노리는 우상혁으로선 바르심이 최대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상혁은 지나치게 성적에만 몰두하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5년 전 대회에선 은메달에 그쳤는데, 당시에는 너무 금메달만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뛰었다. 그래서 오히려 원하는 기술이나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 목표도 물론 금메달이다. 하지만 내가 높이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왼쪽)이 2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을 마친 뒤 믹스드존에서 라이벌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을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항저우(중국)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특유의 흥겨운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따로 준비한 건 없다. 결선에서 내 안에 잠재돼있는 흥을 즐기다 보면 그 흥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 본다. 팬들은 내가 높이뛰기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 그 자체를 느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결선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바르심과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예선에서 우상혁은 2m15, 바르심은 2m19를 뛰어넘어 가볍게 결선에 올랐는데, 서로 다른 조에 속해있어 직접적 경쟁은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이미 경쟁을 넘어섰다.
우상혁은 “예선을 마친 후 바르심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서로 예선 조가 다르다 보니 ‘결승(결선)에서 만나자’란 말만 나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바르심이 ‘파이널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우상혁이 지난달 17일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한 것을 바르심이 축하해준 것이다.
경쟁을 넘어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두 선수가 출전할 높이뛰기 결선은 4일 오후 8시 시작한다.
항저우(중국)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