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실화 영화 ‘소년들’로 뭉친 배우 설경구 & 감독 정지영
배우 설경구(56)와 정지영(76) 감독이 영화 ‘소년들’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각각 여러 편의 실화 소재 영화를 주연·연출하며 “실화가 주는 힘”을 강조해 온 두 사람이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 한 영화로 돌아왔다.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세 소년을 재수사하는 형사(설경구)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와 정 감독은 “스스로 약자들의 편이라 믿고 말하면서 끝내 침묵하고 마는 우리를 위한 영화”라고 힘줘 말했다.●설경구 “잊고 지낸 사건, 죄인 된 기분”
1999년 발생한 나라슈퍼사건 다뤄
누명 벗기려 고군분투하는 형사역
영화보다 현실이 늘 더 슬프고 잔혹
설경구는 극중 억울한 소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 황준철을 연기했다. 한번 문 것은 절대 놓지 않아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캐릭터는 설경구의 대표작 ‘공공의 적’ 속 강철중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강철중과 비슷하면 모두 거절했어요. 강철중보다 잘할 자신이 없다면서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피했어요. 이번에는 정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늘 사회 참여적인 영화를 통해 목소리를 내오셨던 분이니까요.“
처음 호흡을 맞춘 정 감독은 기대보다 더 “좋은 연출자”였다. 특히 고령에도 모든 스태프와 배우를 “수평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감독님의 나이를 잊게 돼요. 늘 소년 같으시거든요. 하루는 2층에서 배우들이 촬영하고 감독님은 1층에서 모니터로 디렉팅을 보고 있었어요. 무전기로 말씀하시거나 조감독을 시켜도 되는데 하루 종일 1층과 2층 계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배우와 스태프와 소통하시더라고요.”
그는 이번 영화 이전에도 ‘실미도’와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놈목소리’, 세월호 피해자 학부모를 연기한 ‘생일’ 등 실화 소재 작품에 여러 편 출연했다. 누군가의 아픔을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영화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영화보다도 현실은 늘 더 슬프고 잔혹해요. 그런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런 사건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죄인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찍었던 영화와 관련된 사건들은 저에게 평생 남을 거예요.”
올해 그는 ‘유령’, ‘더 문’, ‘소년들’까지 총 세 편의 주연작을 극장에 걸었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까지 총 네 편을 선보이며 극장의 침체와 OTT의 뜨거운 인기를 동시에 실감해 마음이 복잡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극장에)곧 좋은 날이 다시 올 거라고 믿어요. 영화는 계속 상영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주체적으로 내 마음과 발을 움직이는 것, 큰 스크린으로 압도되는 것 그 매력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