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경이 풋풋한 매력을 뽐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3 다섯 번째 단막극 ‘폭염주의보’(연출 장민석 극본 최이경)는 2002년 뜨거운 사춘기 기록이 담긴 작품. 그때 그 시절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을 담은 작품이다.
박서경은 극 중 김이준(문우진 분)이 전학 간 학교의 같은 반 학생 한여름 역으로 시선을 끌었다. 부산에서 대구로 전학 온 한여름은 안양에서 대구로 전학 온 김이준에게 텃새를 부리지만, 뜻하지 않게 서로 비밀을 가직하게 되면서 김이준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졌다.
그 시절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그렇듯, 한여름도 달라지는 외모에 한참 신경 썼다. 이마 한가운데 난 뾰루지가 신경 쓰이고, 틈틈이 거울에 제 외모에 신경 쓰는 한여름. 전화선으로 인터넷 하던 시절을 넘어 케이블 광랜이 보편화되면서 하굣길에 빈번히 찾던 PC방에서의 한여름 역시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추억이 된 ‘하두리 캠’, ‘세이, ‘버디버디’ 등은 당시 청소년들을 상징하던 것들.
한여름으로 분한 박서경은 그 당시 풋풋한 소녀 감성을 온전히 녹여냈다는 평가다. 부산인지 대구인지 알 수 없을 그 오묘하게 동화된 사투리는 부산에서 온 이방인 한여름이 대구로 서서히 젖어 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자신과 비슷하지만, 한없이 낯선 서울말 쓰는 ‘안양 소년’ 김이준을 향한 적대감을 드러내더니 앙칼진 모습은 지방 사춘기 소녀 모습 그 자체였다고.
모친(정이랑 분) 재혼남(전석찬 분)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아빠’라는 두 글자가 힘들었던 소녀의 마음. 자신을 위해 한없이 애쓰는 그 사람을 향해 ‘아빠’라 부르며 마음을 전했던 소녀 한여름을 박서경은 불편하거나 이질감 없이 연기로 담아냈다.
무엇보다 베테랑 아역 문우진, 최현진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 ‘조제’의 어린 조제 역,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의 원빈 홍씨 역, tvN ‘아일랜드’에서 어린 원정 역 등으로 연기력을 다듬어 가는 박서경이 여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줬다. 따라서 앞으로 박서경이 완성할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박서경은 최근 BH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성장을 예고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