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생 최악 시즌’ 보낸 장하나, “부활하고 떠날 것”

입력 2023-11-15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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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스포츠동아DB

“경기 끝나고 좌절감에 연습장을 가면 너무나 정상적으로 잘 치고 좋은 감을 찾고, 다시 대회에 나가면 또 실망하고…. 좌절과 희망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평균타수(80.73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204야드), 그린적중률(29%) 모두 기준을 충족한 120명 중 120위. 상금은 123명 중 123위다. 28개 대회에 나서 한 시즌 통틀어 획득한 상금은 고작 579만5000원. 그 마저도 컷 없이 진행된 두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더한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3시즌 최종전이었던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선 81타-85타-84타를 쳤다. 사흘간 합계 34오버파. 기권한 두 명을 제외하고 75명 중 또 꼴찌였다.

KLPGA 투어 15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승(1승은 KLPGA와 중복)으로 개인통산 19승을 올린 베테랑 장하나의 2023시즌 성적표다.

2021년 2승을 챙기며 상금과 대상 3위에 올랐던 장하나는 지난해 26개 대회에서 9번 컷 통과에 그치는 등 내리막길을 걷더니 올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2년 전 ‘더 다치지 않고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스윙 폼을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 장하나는 15일 “돌이켜보면 그게 욕심이었다. 올해까지 23년 볼을 쳤는데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잊고 새롭게 도전했던 게 발목을 잡은 것 같다”며 “다시 옛날 스윙폼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 비거리도 예전 같지 않다. 주변에선 ‘폼 바꾼 지 얼마나 됐다고, 20년 가까이 친 폼으로 왜 못 돌아가느냐’고 하지만…”이라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숨기지 못했다.

최정상에 섰던 선수인 만큼, 각종 지표에서 맨 아래에 있는 자신의 이름이 더 힘들고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회장에서 드라이브 티샷이 ‘쪼루’가 나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도 많이 나갔네”라고 혼잣말을 하는 그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굴욕에 가까운 성적으로 시즌을 치르기보다 차라리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장하나는 “초반에 안 좋았을 때 전반기를 통째로 쉬고 단단하게 하고 나왔으면 하는 후회가 된다”면서도 “골프를 그만둘 정도의 정신상태인 내게 온 노력을 쏟아부어준 김창민 스윙코치님, 더 좋은 선수에게 갈 수 있는데도 끝까지 나와 함께 하겠다는 박철용 캐디 오빠, 메인후원사는 없지만 레인메이커를 비롯해 KCC오토그룹, 코리아결제시스템, 에버그린금융 등 성적도 좋지 않은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을 떠올렸다. 내가 아무리 어렵다고 그렇게 도망갈 순 없었다”고 고백했다.

1992년 5월생으로 만 31살. 나이도 적지 않다. 올해가 가장 밑바닥일까.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골프 지긋지긋하다.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좀 쉬고 싶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내년 1월 8일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오프 시즌 계획도 다 세워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에 굳은 다짐이 담겨있었다.

“지금이라도 이 세계(골프) 떠날 수 있다. 그래도 한번은 부활하고 떠나고 싶다. 장하나 이름이 있지, 한번은 일어서고 갈 것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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