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추락한 명가’ 수원 삼성의 예고된 강등…심드렁한 모기업, 무능한 프런트, 나태한 선수단의 합작품

입력 2023-12-03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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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수원 삼성과 강원 경기에서 수원 삼성이 0-0 무승부로 2부 강등됐다. 수원 삼성 선수들과 프런트가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수원 삼성과 강원 경기에서 수원 삼성이 0-0 무승부로 2부 강등됐다. 수원 삼성 선수들과 프런트가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결국 K리그2로 추락했다.

수원은 2일 홈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전(38라운드)에서 강원FC와 0-0으로 비겨 8승9무21패, 승점 33으로 최하위(12위) 탈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1995년 창단해 리그 4회, FA컵 5회 우승에 빛나는 수원의 강등이 확정됐다. K리그1 최하위는 다이렉트로 강등되고, 10위와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마지막 생존 기회를 얻는다.

6승16무16패, 승점 34의 강원이 10위가 돼 K리그2 PO 승자인 김포FC와 승강 PO(6일 원정·9일 홈)를 치른다. 수원FC(8승9무21패)는 승점 동률의 수원을 다득점에서 제치고 11위를 확보해 승강 PO에서 K리그2 2위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하게 됐다.

강등권 3팀 모두 자력으로 승강 PO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처지는 조금씩 달랐다. 강원은 무승부로도 충분했다. 수원FC와 수원은 각각 제주 유나이티드와 강원을 잡으면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시선은 10·12위의 맞대결이었던 수원-강원전에 집중됐다.

전반전 시작 직후 2만5000여 명이 찾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술렁였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던 경기에서 전반 5분 제주 김건웅이 선제골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수원FC가 다이렉트 강등이었다. 많은 수원 팬들이 소셜미디어(SNS)로 정조국 제주 감독대행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낸 이유다.

그러나 수원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5분 수원FC 이영재가 동점골을 넣었다. 수원을 향한 ‘빅버드’의 응원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끝내 반전은 없었다. 이미 위축된 수원은 상황을 뒤집을 에너지가 없었다. 꼭 이겨야 할 경기였음에도 90분간 수비에 전념하다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수원 삼성과 강원 경기에서 수원 삼성이 0-0 무승부로 2부 강등됐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수원 삼성과 강원 경기에서 수원 삼성이 0-0 무승부로 2부 강등됐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경고누적의 윤정환 감독을 대신해 벤치를 지킨 정경호 강원 코치에게도 수원의 무기력한 플레이는 충격이었던 듯 경기 후 “(수원의 강등은) 상상한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올 시즌 플레잉코치로 계약한 뒤 최근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던 염기훈 수원 감독대행은 “안 좋게 은퇴하지만 후회는 없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으나 표정은 착잡했다.

유감스럽게도 수원의 강등은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 지난해 승강 PO를 치르며 생존했음에도 얻은 교훈도, 바뀐 것도 없었다. 2014년부터 삼성전자를 대신한 모기업 제일기획은 투자에 인색했고, 사무국은 합리적 경영은 포기한 채 헛돈만 쓰며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실력이 없음에도 나태했던 선수들은 강등의 문을 직접 열었다.

홍염을 던지고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으며 분노를 터트린 팬들 앞에 오동석 단장이 직접 나서서 사퇴를 약속했음에도 수원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부산과 전남 드래곤즈처럼 한 번 강등되면 제아무리 기업구단이라도 쉽사리 승격을 이루지 못하는 곳이 K리그2다. 과거의 영광에 취한 채 그간의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수원의 K리그1 복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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