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선구안 덕분아닐지. 배우 김의성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천만 영화’ 하나를 더 추가할 기세다. 화제작 ‘서울의 봄’이
그것. 한편, 김의성은 ‘외계+인’ 제2부를 통해 극장가 재출격을 예고, 연말연시 스크린 최고의 흥행보증수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안컴퍼니
영화 ‘서울의 봄’ 민폐 국방부장관 열연한 김의성
나는 욕 먹어도 영화 흥행 기뻐
12·12 군사반란은 역사적 사실
단체관람 중학교 고발? 황당해
악역 이미지, 없는 것 보다 낫죠
“김의성이 또…!”나는 욕 먹어도 영화 흥행 기뻐
12·12 군사반란은 역사적 사실
단체관람 중학교 고발? 황당해
악역 이미지, 없는 것 보다 낫죠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본 관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관상’, ‘부산행’ 등의 작품에서 ‘역대급’ 악역을 선보였던 김의성(58)이 또 다시 관객의 분노를 자아내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그는 진압군에게 가장 큰 민폐를 끼치는 무능한 국방부장관 오국상 역을 맡았다. 반란이 시작되자 사태 수습은커녕 한미연합사령부로 줄행랑을 쳤다 뒤늦게 나타나 “나 많이 찾았냐”라는 속 터지는 명대사를 남겨 관객을 분노케 했다. 21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 라운지에서 만난 김의성은 캐릭터로 관객에게 많은 욕을 먹고 있지만 영화의 흥행이 “기쁘고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천만 행보”
1157만 관객을 넘게 모은 ‘부산행’을 비롯해 앞서도 여러 흥행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에게 ‘서울의 봄’의 흥행은 유난히 더 특별하고 신기하다. 군인으로 이뤄진 주요 등장인물, 유머와 신파를 배제한 스토리, 권선징악에 실패한 결말 등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흥행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다.
“근현대사 공부 열풍을 몰고 오는 등 (사회적)변화까지 일으키고 있잖아요. 특히 우리 영화를 젊은 관객들이 사랑해줄지 걱정이 컸는데 무대 인사를 가보면 20대 여성이 굉장히 많아 놀랐어요. 결국 잘 만든 영화가 관객을 설득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반면 영화의 뜨거운 인기에 일부 극우단체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극우단체가 영화를 단체 관람한 서울의 한 중학교를 고발까지 했다. 이에 대해 김의성은 “헛웃음이 나오는 황당한 일”이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이미 대한민국 헌법을 훼손한 죄로 법정에서 반란죄 선고를 받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에요. 군사반란 관련 영화를 관람하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는 건 군사반란을 옹호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걸(옹호의 표현)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이상한 거 같아요.”
●“악역 전문 배우? 불만 없어요”
‘분노유발 캐릭터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그는 “분노 유발도 제대로 했으니 다행”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서 가장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아닌 반란군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태를 수습하려고 애쓰는 육군본부 헌병감 김준엽(김성균)을 사사건건 막아서는 육군참모차장 민성배(유성주)를 꼽은 뒤 “난 겁이 나서 도망 좀 다녔을 뿐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제 역할들로 인해 (악역)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걱정하지 않아요. 이미지가 아예 없는 배우도 엄청 많은 걸요. 단단히 고정된 이미지를 전혀 다르게 활용해 쓸 수도 있는 걸요.”
‘서울의 봄’에 이어 내년 1 월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로 다시 한 번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의 봄’이 물고 온 극장의 봄기운이 내년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외계+인)1부에서 풀리지 않았던 ‘떡밥’들이 전부 풀릴 거예요. 훨씬 강력한 액션과 재미로 가득찬 영화가 될 거라 확신해요. 관객의 기대를 200% 충족시킬 자신 있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