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년시대’ 만난 후 ‘연기는 내 길’ 확신했죠” [인터뷰]

입력 2024-01-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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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두에이치컬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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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건희(31)가 제대로 ‘코믹 변신’에 성공했다. 187㎝의 훤칠한 키와 강렬한 눈매를 내세워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여 왔지만, 이처럼 외모부터 웃긴 적은 처음이다.

변신의 무대는 최근 마지막 회를 공개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다. 1989년 충남 부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어딘지 살짝 부족한 ‘부여공고 몽키스패너’ 조원승 역으로 활약했다.

주인공 임시완이 주변의 오해로 인해 ‘짱’ 자리에 오른 부여농고 무리의 오랜 라이벌로, 이들과 교문 하나 사이에 두고 으르렁대며 기 싸움을 벌이던 캐릭터 중 하나다. 1980년대 유행한 촌스러운 문양의 티셔츠와 헤어스타일을 한 채 충청도 사투리를 쏟아내 그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건희를 비롯해 모든 캐릭터가 제대로 웃긴 덕분에 ‘소년시대’는 수많은 화제드라마를 제치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OTT 차트’ 통합 2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주변에서 이렇게나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한 건 처음”이라면서 “드라마의 열기를 즐겁게 체감하고 있다”고 웃었다.


Q.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반응은 어떤가.

“부여공고 3인방 중에서는 리더 ‘삼각자’ 역의 윤태하가 온라인 반응을 빠르게 체크해서 매일 알려줘요. 다 함께 있는 단체메시지방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 하면서 항상 감탄만 하고 있어요. 윤태하, 정윤재 등 공고 3인방으로 호흡을 맞춘 친구들과는 캐릭터 설정을 함께 고민하고, 대본리딩 연습도 서로의 소속사 건물을 돌아다니며 해서 엄청나게 친해졌어요. 지금은 윤재가 몸담은 풋살팀에 제가 매일 나갈 정도예요.”


Q. 배우들이 또래라 더욱 좋았겠다.

“맞아요. 공고 친구들뿐 아니라 임시완 형부터 부여농고 5인방 리더 김정진, ‘쟈니윤’ 윤영호 등 모든 배우들과 3개월 넘도록 함께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엄청나게 친해졌어요. 나이가 서로 다르지만, 진짜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서로 극중 별명을 부르면서 더욱 끈끈해졌죠. 서로 아이디어도 마음껏 내고, 자존심 부리는 사람 한 명 없이 서로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Q. 극중 충청도 사투리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살았고, 이후에는 20대 초반까지 대전에서 쭉 살았어요. 그나마 다른 친구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죠. 청주 토박이인 아버지께서 그 시절 사투리로 녹음해 준 대사 음성 파일을 자주 들었어요. 아버지께서 큰누나 결혼식 때 동네 이장님이 마을에 방송하듯이 축사해 정말 웃겼던 기억이 나서 음성 녹음을 부탁드렸거든요. 그야말로 ‘사투리수저’였다고나 할까요? 하하!”


Q. 모델 출신다운 장신이 싸움에 목숨 거는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린 것 같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모델로는 21살 때부터 활동했어요. 꿈이 없던 학창시절에 친구 따라 체대에 갔는데 저와는 영 맞지 않더라고요. 뒤늦게 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부모님께 ‘가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가 먼지 나게 혼났어요. 그렇게 방황하다 주변의 권유를 받아 모델로 데뷔했죠. 가족 앞에서 왜 모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5편 넘게 작성해서 보여준 끝에 상경했어요.”


Q.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됐나.

“2014년 독립영화 ‘야간비행’의 오디션을 처음으로 봤어요. 욕하는 장면의 대본을 주시길래 충청도 사투리로 욕을 막 했더니 제작진의 질문이 쏟아지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쟤 뭐지?’ 싶으셨대요. 그때 처음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고, 마침 소속사 제의를 받아 23살 무렵에 배우로 전향하게 됐어요. 이후로는 2015년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 2016년 MBC ‘아름다운 당신’, 2017년 ‘죽어야 사는 남자’ 등에 출연했어요.”


Q. 이후 광고에는 꾸준히 출연했지만 드라마에는 6년 만에 출연했다.

“솔직히 최근까지 수많은 오디션에 떨어졌어요.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면서 비로소 ‘겉멋’을 벗어던지고 망가질 줄 알게 된 거예요. 사실 초반에는 오디션에 줄줄이 덜컥 붙어서 ‘나 되는 놈인가?’ 착각했어요. 연기가 쉽다고 오해한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 오디션에 떨어지고, 공백이 생기면서 건방졌던 저 자신을 깨달았어요. 비로소 연기 공부를 차분히 했죠. 비록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Q.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당연히 많았죠. ‘소년시대’ 출연하기 직전까지 삼계탕 가게에서 3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안정적인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졌죠. 그래서 지난해에 ‘2년만 죽어라 해서 미련 안 남게 하자. 그 사이에도 무언가가 안 되면 때려치우자’고 결심하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죠. 그렇게 마음먹은 직후에 ‘소년시대’ 오디션을 보게 된 거예요. 말 그대로 ‘터닝포인트’를 잡게 된 거예요. 이 드라마를 하고 나서야 연기가 진정한 제 길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한껏 올렸고요. 드라마에 합류하지 않았으면 아마 저는 삼계탕 가게에서 점장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Q. 이제 달릴 일만 남았는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니 일이 자석처럼 붙고 있어요. 오디션 기회가 계속 늘어나요. 지금 이 마음과 열정을 잃지 않고 싶어요. 심장을 느낀 대로 보여주는,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캐릭터로는 제가 키도 크고, 싸움 잘하는 캐릭터 연기도 잘하니 멋있는 사극 속 무사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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