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DB
그런데 성적은 반비례했다. 시즌 내내 무기력증을 반복했고, 최하위로 K리그2 다이렉트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모기업이 운영비를 줄여서가 아니라, 결국 구단이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안정적 처우와 환경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도 처절한 자성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지난달 2일 강등 확정 직후 수원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 삼성이 되겠다’는 문구를 띄워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변화를 바라는 아우성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달라진 것은 아직 없다. 완전히 귀를 닫은 듯 수원은 철저히 침묵 모드다. 구단 소셜미디어(SNS)마저 잠잠하다. 뻔한 사과문은커녕 흔한 연말연시 메시지도 없었다. 그리고는 딱 하나의 이유만 댔다. “(결정권을 가진) 지도부가 공석이다.”
이 와중에 수원 선수단은 4일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신년 첫 훈련에 나섰다. 오전 소집해 팀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풀 트레이닝을 했다. 떠들썩하고 생기 넘쳐야 할 첫 걸음은 차갑고 우울했다.
구단이 일찌감치 방침을 정해놓고도 팬들의 눈치를 보느라 선임 발표를 미루면서 어정쩡한 신분에 놓인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훈련이 유쾌할 리는 없다. 그럼에도 구단 관계자는 “(감독 선임과 발표는) 모기업 영역이다. (염기훈) 감독대행 계약은 지난해 12월 말 끝났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만 했다. 첫 훈련을 이끈 염기훈 감독을 사실상 투명인간으로 취급한 꼴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은 선수단 리빌딩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새 둥지를 찾은 권창훈(전북 현대), 고승범(울산 HD), 한석종(성남FC) 등과 아직 이적을 추진 중인 김태환 등 일부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잔류를 결정했다. 계약상 ‘강등 시 이적’ 조항이 있던 일본인 미드필더 카즈키도 남는다. 영입이 확정된 김현 외에도 브라질 공격수와 긴밀히 접촉하는 등 보강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