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일탈이자 스포츠계 군기의 폐단, ‘오재원 게이트’ 후폭풍

입력 2024-04-23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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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마약 투약과 수면제 대리처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오재원 전 야구해설위원(39)의 충격적 민낯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마약사범이 된 것도 모자라 같은 팀 동료였던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처방을 강요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오재원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혐의가 적지 않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도 받는다. 선수생활을 마친 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기간이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수면제)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까지 적용됐다. 특히 스틸녹스정을 대리처방받는 과정에서 그가 몸담았던 두산 베어스 후배 선수들까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두산 구단은 3월 말 1·2군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8명이 오재원의 은퇴 전인 2021년과 2022년 그의 강요에 의해 대리처방을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오재원이 폭력까지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구단은 이런 사실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KBO는 이와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마약 투약은 개인의 일탈이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법행위로 처벌받는다. 게다가 오재원은 자신을 믿고 따랐던 후배 선수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다.

체육계에선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과거에 비하면 완화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후배는 선배의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 결국 후배 선수들은 오재원의 강요에 굴복한 죄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향후 야구인생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이 선수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구단을 대표하는 ‘캡틴’으로 동료들은 물론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의 추악한 민낯이다. 선배의 지위를 이용해 야구판을 어지럽힌 오재원은 그야말로 최악의 오명으로 남게 됐다. 범죄행위에 후배들을 끌어들인 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를 ‘원 클럽 맨’으로 대우하며 은퇴식까지 열어준 구단과 팬들은 큰 상처를 받았고,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야구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두를 기만한 악행의 대가를 오재원 홀로가 아니라 구단과 동료들을 비롯한 야구계 전체와 그를 사랑했던 팬들이 떠안게 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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