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준영이 13일 잠실 한화와 홈경기 5회말 무사 2루서 1타점 우전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 베어스는 애초 1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선발 유격수로 베테랑 김재호(39)를 라인업에 올렸다. 그러나 김재호가 경기 전 타격 훈련 도중 자신이 친 타구에 왼쪽 종아리를 맞는 변수가 발생했고, 박준영(27)이 김재호의 자리였던 8번타자 유격수로 급히 투입됐다.
박준영은 5월 1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서 햄스트링을 다쳐 이탈했고, 긴 재활을 거쳐 전날(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박준영이) 바로 경기에 나가기는 쉽지 않으니 조금 더 시간을 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교체로도 뛰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박준영의 선발 출전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박준영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고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출발부터 좋았다.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2루서 1루수 방면으로 강력한 타구를 보내며 1·3루 기회를 만든 뒤 조수행의 3루타 때 홈을 밟았다. 2회말 4득점의 연결고리였다.
이후에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3회말 1사 1·2루서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쳐냈고, 7-0으로 앞선 5회말 1사 2루서도 우중간 적시타를 뽑았고, 팀의 승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갑작스러운 투입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고감도 타격을 뽐낸 박준영의 방망이는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유격수 수비 역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땅볼 타구를 모두 깔끔하게 처리했고, 3회초 1사 1루선 최인호의 타구를 잡아 깔끔한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8-3으로 쫓긴 7회초 2사 1루선 바운드가 컸던 노시환의 땅볼 타구를 노스텝으로 정확히 송구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준영은 올 시즌 개막 당시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장타력을 갖췄고, 수비에서도 꾸준히 발전한 모습을 보인 덕분에 이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또 다른 유격수 자원 전민재가 공·수에서 힘을 보탰다. 김재호 역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박준영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시 한번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일단 출발은 좋다. 박준영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는지 7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한 전민재도 3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의 만점 활약을 뽐냈다. 이 감독은 박준영의 복귀 후 이뤄질 건강한 경쟁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1군 복귀전부터 조짐이 좋으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11~12일 주중 3연전 2경기를 모두 패하며 위닝시리즈를 내준 두산(38승2무30패)은 싹쓸이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하고 고척 원정 3연전(14~16일 키움 히어로즈)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