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도병훈(26)이 최근 출연한 티빙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나대신꿈)에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MZ세대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드라마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신데렐라가 되기로 마음먹은 여자 신재림 역의 표예진이 까칠한 재벌 8세 문차민 역 이준영과 만나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흙수저’와 재벌 캐릭터 통해 20대 사회초년생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아 ‘MZ드라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가운데 도병훈은 이준영의 비서이자 사교클럽 청담헤븐의 매니저 허영배 역을 맡아 솔직하고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냈다. “부잣집 누나한테 시집갈래요”라며 물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신입인 표예진을 세심하게 챙겨 미워할 수 없는 욕심쟁이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나대신꿈’은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 된 내게는 정말 큰 기회였다. 드라마를 떠나보내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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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집필한 유자 작가님께서 던진 키워드가 ‘MZ’였어요. 보통 드라마 속 비서는 냉철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많은데 거기에 MZ세대 특유의 개성을 담아야 하니 고민이 컸죠. 생각 끝에 순종적이기보다는 개성과 의견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MZ세대의 특징에 집중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할 말은 하되, 능글맞은 매력을 더해서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Q. 실제 나이가 MZ세대에 딱 맞는데.
“원래는 주변에서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가끔 들어요.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셔서 어릴 적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거든요. 또래보다 성숙하고 여유로운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가만히 살펴보니까 저 MZ세대 맞더라고요. 개성도 강한 편이고, 무엇보다 취미가 엄청나게 많아요. 농구, 스키, 수영, 축구, 마라톤 등 운동은 가리지 않고 하고, 노래도 케이팝부터 재즈, 클래식까지 폭넓게 들어요. 쉬는 날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감성 샷’ 남기는 것도 좋아하죠.”
Q. 스스로가 개성 강하다는 생각은 언제 했나.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 떠올라 전부 다 기록해 놓았어요. 첫 대본 리딩 날에 김민경 감독님께 그걸 보여드렸죠. 그랬더니 제게 ‘신인 같지 않다’면서 웃으셨어요. 그리고선 재미있는 장면을 찍을 때면 종종 ‘아이디어 뭐 없니?’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청담헤븐 직원들끼리 ‘아이엠그라운드’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 등에 제 의견이 반영됐어요. 감독님께서 신인인 제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덕분에 더 신나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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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예진 누나가 저보다 6살 위인데 실제로 2살 터울의 누나가 있어요. 그래서 친누나를 대하듯이 들이댔죠. 예진 누나도 남동생이 있고, 제가 하도 치대니까 낯을 가리는 편인데도 금방 편해졌대요. (이)준영이 형과는 애드리브 의견을 교환하면서 서로 낄낄대곤 했어요. 선배이자 형으로서 저를 챙겨줬어요. 아직 카메라가 어색한 제게 촬영하기 편한 각도를 추천해 주며 리드했어요. 정말 고마워서 촬영 중에 생일을 맞은 형에게 케이크를 선물해주며 축하했어요. 누나, 형 모두 제가 시비 거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킹받아’했어요. 하하!”
Q.막바지에 구정자(이지혜)와 ‘깜짝 로맨스’가 있었는데.
“허영배가 물욕이 많고, 부자 누나 만나 신분상승을 노리는 캐릭터예요. 그런데 마지막 회에서 구정자가 ‘한강뷰’ 아파트 거주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 사람이다!’ 하면서 갑자기 돌진해요. 결말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중에 은근히 지혜 누나와 ‘케미스트리’를 보여줘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감독님이 ‘물질적인 영배의 로맨스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셔서 캐릭터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Q. 지난해 12월 공개된 ‘밤이 되었습니다’로 데뷔했다.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의문의 ‘마피아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초반에 사망하는 설정이라 분량이 크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소재 자체가 신선했고, 임팩트도 있는 캐릭터여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차우민, 서동현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때 동료들과 자주 만나면서 신인만의 고민이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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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드라마를 찍으면서 조금씩 촬영에 적응하고 있어요. 실수도 많죠. ‘밤이 되었습니다’에서 절벽에서 구르는 장면을 찍을 때가 엄청 기억에 남아요. 원래는 제가 초반 동작만 하고, 나머지는 스턴트 배우가 대신하는 건데 의욕이 넘쳐서 그냥 끝까지 굴러버렸어요. 촬영감독님께서 그걸 보시곤 ‘정말 좋다’면서 두어 번 더 촬영하자 하셨죠.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감동적이었지만, 장면이 연결되는 드라마에서는 체력 안배도 신경 써야 했다는 걸 제대로 깨달은 날이었어요. 하하! 그래도 제작진 분들이 ‘그때 인상 깊게 봤다. 앞으로 그 열정을 잊지 말라’고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Q.연기는 어떻게 꿈꾸게 됐나.
“오르가니스트인 어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성악을 가르쳐주셨어요. 자연스럽게 뮤지컬 무대를 선망하게 됐죠. 그러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나서 비로소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 어린 나이에도 관객에게 과거 사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와 드라마의 힘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아버지께서는 배우의 길을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국민대 사회학과에 일단 진학했고, 21살에 곧바로 군대를 갔어요.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일 때 전역을 했는데 모든 게 멈춰버린 세상을 보면서 ‘도전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래서 다시 입시 준비해서 7개월 만인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합격했어요. 그걸 보고 아버지께서도 제 열정을 인정해주셨어요. 지금은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나대신꿈’에 나온 제 모습으로 해놓으실 정도로 응원해주신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로맨틱코미디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시대극이나 악역도 욕심이 나고요. 운동을 워낙 좋아하니까 액션은 꼭 해볼래요.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너의 꿈속에서’를 정말 좋아해서 무대 위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기다려요. 무엇보다 인간미가 있는 배우가 될래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편이라서, 촬영하며 만난 배우와 스태프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들과 호흡이 좋으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기 마련이라 믿고 있죠. 끝까지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