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붙어 있어야 돼” 득점력 폭발하는 멘토스와 콜라, 떼려야 뗄 수 없는 롯데 황성빈-윤동희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4-07-04 19: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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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순이 붙어 있을 때 시너지가 폭발하는 롯데 황성빈(왼쪽)과 윤동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7)과 윤동희(21)에게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1군 데뷔 연도가 2022년으로 같았다. 당시 황성빈에게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해 맞는 첫 시즌이었고, 윤동희는 고졸 신인이었다. 황성빈은 윤동희보다 2년 이른 2020년 대졸 신인으로 지명받았지만, 당시 퓨처스(2군)리그에서조차 뛰지 못하고 사실상 입단과 동시에 현역 입대했다. 윤동희는 “(황)성빈이 형은 나와 1군 선수단에 같이 적응해준 형”이라며 “형과는 그때부터 줄곧 야구장 안팎에서 서로를 챙겨주는 좋은 관계”라고 말했다.

둘은 올 시즌 그라운드 안에서 더욱 끈끈해졌다. 타순부터 찰싹 붙어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으로서는 황성빈을 1·9번, 윤동희를 1·2번타순에 붙여서 두는 이유가 있었다. 득점력이 몹시 빼어나다. 올 시즌 규정타석의 70% 이상을 채운 리그 전체 선수 중 주루 기회가 주어진 모든 출루 상황에서 득점한 비율이 황성빈(55.9%·1위)과 윤동희(41.9%·3위) 모두 최정상을 다툰다. 김 감독은 “출루에만 성공하면, 성빈이에게는 한 베이스 더 진루하고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성빈이의 출루는 (윤)동희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시너지요? 느껴집니다”
둘이 테이블세터를 이룰 때 시너지 효과가 특히 크다. 실제 황성빈이 선발 리드오프, 윤동희가 2번타순을 맡은 22경기에서 결과가 좋았다. 황성빈은 윤동희 앞에 출루해 도루 13개를 성공했고, 이에 윤동희는 타율 0.386(88타수 34안타), 1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2할9푼에서 3할대 초반을 오가는 올 시즌 타율과 차이가 작지 않다. 윤동희는 “형과 테이블세터를 이룰 때 시너지 효과를 느끼고 있다”며 “형이 워낙 빠르고, 도루를 많이 하는 선수이지 않은가. (황성빈의) 영향이 분명 있다. 형에게 평소 ‘고맙다’고 자주 표현하고 있다”며 웃었다.

실제 윤동희를 상대하는 투수의 직구 구사율이 50%를 넘긴 적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둘의 시너지를 의식한 듯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도 달라지고는 있지만, 멀티홈런(4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을 친 지난달 12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이 수치가 78.9%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성빈이가 1루에 있으면 투수 입장에선 ‘언제 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그러면 타석에 있는 선수에게는 느린 변화구를 던지기 부담스러워 직구로 승부하는 경향이 좀더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동희는 “형 덕에 난 빠른 공 위주로 전략을 짜고 단순하게 치면 됐다”고 돌아봤다.

황성빈은 도리어 윤동희에게 고마워했다. 윤동희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다. 황성빈은 “내가 아무리 출루해도 후속타자들이 불러주지 않으면 득점할 수 없는 게 야구”라며 “동희가 ‘성빈이 형이 내 앞에 있어줘 도움이 된다’고 해줬듯, 나도 동희에게 ‘타율을 더 올릴 수 있게 돕겠다’고 한다. 동희가 나를 진루하게 해주고 홈으로 불러주니 오히려 내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9·1번타순에 설 때도 있지만, 동희가 선발 라인업 1·2번타순에 우리 둘의 이름이 적혀 있는 날이면 ‘드디어 형과 다시 테이블세터를 이룬다’며 좋아해줘 나도 좋다”고 덧붙였다.

롯데 황성빈(위)과 윤동희는 데뷔 첫 올스타 출전까지 함께하게 됐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스타, 나도 간다”
둘은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질 KBO 올스타전까지 함께하게 됐다. 먼저 윤동희가 팬 투표 103만8735표, 선수단 투표 66표, 총점 28.68점으로 드림 올스타 외야수 부문 후보 15명 중 3위에 들었다. 데뷔 첫 베스트12에 든 것이다. 황성빈은 1차 집계까지 이 부문 상위권을 다투다 아쉽게 팬 투표 83만5269표, 선수단 투표 52표, 총점 22.96으로 4위에 머물렀다. 황성빈은 “동희와 올스타전에 함께 출전해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윤동희 또한 황성빈과 생애 첫 올스타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함께하기 위해서는 감독추천과 같은 또 다른 기회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절실함이 통했다. 황성빈이 드림올스타 외야수 부문 상위 3명 안에서 부상자가 발생하자 그를 대신해 차점자 자격으로 베스트12에 대체 발탁됐다. 이에 구단은 소셜미디어(SNS)에 “나도 간다. 올스타”라는 글과 황성빈이 활약하는 동영상을 게재해 올스타전 출전을 축하했다. 이에 김 감독 또한 ‘황성빈이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됐다’라는 말에 “성빈에게는 (올스타전이 갖는) 의미가 커 많이 기뻐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황성빈은 퍼포먼스를 준비해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물하겠다는 의지다. 윤동희 역시 황성빈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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