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속옷일까.’
최근 드라마 속 남자 연기자들의 ‘속옷 굴욕’이 잇따르고 있다. SBS 드라마 ‘우리 집에 왜왔니’(신윤섭 연출, 임선희 극본)의 김지훈, MBC 주말극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태곤 연출, 문희정 극본)의 정준호, SBS ‘행복합니다’(장용우 연출, 김정수 극본)의 이훈과 이계인 등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김지훈은 28일 방송한 ‘우리 집에 왜왔니’ 첫 회에서 서울 명동 한복판을 팬티만 입고 뛰었다. 극중 천억대 갑부의 데릴사위인 조기동 역을 맡은 그는 제작 발표회 때 이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드라마에서는 몇분 정도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3주에 걸쳐 3번이나 명동에서 촬영했다. 김지훈은 “그 중 하루는 3.1절이어서 북적거리는 공휴일 인파 속을 팬티만 입고 돌아다녔다”며 “카메라도 멀리 있어 추운 것은 둘째 치고 나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톱스타 정준호도 망신살 뻗치는 속옷 노출을 감행했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속 톱스타 송재빈 역을 맡은 그는 15일 방송분 때 장염에 걸려 속옷에 실례한 것이 공개되는 ‘굴욕’을 맛봤다.
또 SBS ‘행복합니다’에서 부자지간으로 등장하는 이훈과 이계인도 2월 9일 방송 때 서윤(김효진)에게 줄 반지를 훔쳐간 도둑을 쫓느라 늦겨울에 속옷만 입고 여의도 공원을 뛰어다니는 장면을 연기했다. 이계인의 경우는 30일 방송분에서도 반찬거리를 들고 찾아온 안여사(권기선) 앞에 속옷 차림으로 능청스럽게 나타나 음식을 해달라고 조르는 연기를 펼쳐 ‘속옷 연기의 달인’으로 새롭게 자리를 굳혔다.예전에는 속옷, 특히 팬티만 입은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드라마 금기사항이었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이 ‘보는데 즐거웠다’는 내용의 시청 후기를 올릴 정도로 거부감이 없어졌다. 제작진 또한 자칫 선정성 논란이 일 수 있는 여배우의 노출 보다는 남자 연기자 쪽이 부담감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