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반짝거림’안방상륙과함께사라지다

입력 2008-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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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끝난 SBS 드라마 ‘왕과 나’에는 나에겐 반가운 얼굴, 뮤지컬 스타인 배우가 꽤 나왔다. 무대 위에서 내 눈과 마음을 온통 빼앗아 가져가던 그들이 주·조연을 맡아 브라운관에 얼굴을 보인 것이다. 괜히 시크한 척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 분들이 출연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배역 소개며 스토리 라인들이며 모든 것을 꾀고 방송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브라운관에서 만났던 배우를 생각하니 언뜻 생각해도 박해미, 오만석, 송창의, 김다현, 윤희석, 김소현 등 많은 이름이 떠오르는 걸 보면, 요즘 공연장에서 보던 배우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건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뮤지컬 배우들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금액을 투자하여 공연장을 찾아야만 가능했는데 집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이던가!’라고 외치던 마음도 잠시. 브라운관 속의 그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들었고, 날 웃게 하고 울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에 전원을 끄게 되었다. 무대를 내 것인 양 활보하고 다녔던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일명 카메라 마사지를 덜 받아서 그런 것일까? 등등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그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할 때 주위에 자랑도 참 많이 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내가 봤던 반짝거림을 보지 못할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입에서 그들에 대한 칭찬을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었던 사람들이 브라운관 속의 그들에게서 반짝거림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섬세한 동작을, 깊고 넓게 퍼지는 목소리를, 그리고 영혼이 담긴 연기를 제대로 담아내주지 못하는 카메라가 너무 싫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건 자연스러워보였고 리모컨을 꼭 붙들고 있던 내 손은 다른 일을 찾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떠돌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그리고 그 무대를 보는 사람들만 알고 있던 그들의 ‘빛남’을 다수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 바로 그 마음이었나 보다. 사실 나만 알고 있던 좋은 걸 남과 나누게 되면 순간이지만 멈칫하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무대보다 더 넓은 곳에서 배우들이 날 수 있도록 바라보는 것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든 브라운관 안에서든 어디서나 빛나는 보석들이니까. 정 영 진 공연이 좋아 방송국도 그만두고 공부에 올인하는 연극학도 공연이라면 먼 거리라도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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