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공연뒤풀이]만화담은무대…원작닮은재미

입력 2008-04-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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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위대한캣츠비’
3년 전 어느 날, 엠파스 인기만화 ‘위대한 캣츠비’가 아무런 공지 없이 연재가 중단됐다. 당시 나는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강도하 선생님이 아픈 거냐? 원고료를 안준 거냐?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냐? 어이 없어하며 머리를 싸맸고, 모 포털에서 다시 ‘위대한 캣츠비’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너무 기뻐했다. 그러나 또 다시 배가 불러 주 2회에서 주 1회 업데이트로 바뀐 것에 분노할 정도로 나는 ‘위대한 캣츠비’ 마니아였다. 이렇게 좋아하는 나로서는 ‘위대한 캣츠비’의 뮤지컬이나 드라마 제작 소식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강도하 선생님도 고민이 많았다던 스크롤 식 만화의 이야기 전개를 어떻게 무대에서 풀 것이며, 또 내 머리 속의 캣츠비와 선에 대한 상상이 금세 깨져 버릴까 싶어 애써 그것들을 외면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들은‘세상의 전부’(위대한 캣츠비 뮤지컬 넘버 듀엣 곡)에 이끌려 공연장에 와보니 벌써 이번이 ‘시즌 3’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회했다. 실망의 후회가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다. 아직은 공연 초반이라 몸에 꼭 맞진 않지만, 그 어설픔과 긴장감이 주인공 캣츠비의 그것과 닮아 있었고 또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아∼ 내가 왜 ‘시즌 1,2’ 를 안 봤을까? 캣츠비 박성환과 하운드 전재홍, 선 조진아는 모두 뮤지컬 ‘그리스’ 출신 배우들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각각 공연했던 캐스트의 캐릭터가 묘하게 겹치는 것이다.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많고 약간은 수줍은 두디와 캣츠비, 때로는 발랄한 패티 때론 카리스마 넘치는 리조와 선, 케니키와 로저를 오고 간 종잡을 수 없는 하운드가 말이다. 당신이 만약에 만화를 모두 정독했다 해도 ‘다 비교하고 말거야’ 하는 강박 관념만 내려놓는다면 만화보다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당신이 아직 만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달려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서 당신도 깨닫지 못했던 사랑을 만나 보길 바란다. “너라면 사랑 버리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부끄럽지만, 강도하 선생님! 당신은 제가 10대에 제일 좋아한 만화가의 남편이시고 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이십니다. 최 지 수 공연 관계자로 착각할 정도로 공연을 사랑하는 공연 마니아 ‘아리’라고 부르면 뒤돌아 보는 미녀가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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