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연기·춤·노래‘끼가득’관객은유쾌함에‘키득’

입력 2008-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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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특히노래를부를수있기때문에뮤지컬이좋아요”
정성화는 ‘좋은 사람’이다. ‘타카하시 신’의 일본만화 ‘좋은 사람’은 자기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타인의 고통을 제 것인 양 해결해주는 남자 얘기다.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게 주인공의 사회생활 신조이자 즐거움이다. 정성화가 그렇다. 그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모델이 ‘신동엽’이다. “신동엽 씨는 남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항상 심사숙고하고, 말 한마디를 해도 바른 생각으로 하려고 한다”고 칭찬했다. 현재 종횡무진 쉬지도 않고 뮤지컬 무대에서 열연 중인 정성화는 공연 관계자들에게 ‘인간미 넘치는 배우’로 통한다. 무대 위에서는 뮤지컬 ‘굿바이걸’의 착한 남자 ‘엘리어트’로, 무대 밖에서는 더뮤지컬어워즈(뮤지컬시상식) 홍보대사로 여념이 없는 배우를 오후 11시가 다 되어 백암아트홀에서 만났다. ‘굿바이 걸’ 공연 직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저 때문에 퇴근이 늦었죠?”라며 밝은 인사를 건넨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호전적으로 대하거나 그러지 못했어요. 그게 사회생활하면서도 도움이 되고, 일처리도 쉽고요.”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는 정성화는 친절이 몸에 밴 배우다. “많은 것을 가졌거나 여유로운 사람들은 인간성이 좋대요. 제가 많은 것을 가진 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면 나머지 것들도 저절로 갖추게 되지 않을까요?” 김형경 소설가의 ‘사람풍경’이라는 책을 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듣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공포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는 것! (정성화 역시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들려주자, “작가 분이 돗자리 깔아야겠다”며 마침 며칠 전 선물 받은 책이라고 좋아한다. 정성화는 책 읽는 남자다. 배우는 간접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나 소설을 보며 연기 공부를 한다.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만난 남경주는 정성화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선배다. 교양에 관한 것일 때도 있고, 연기에 관한 것일 때도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꼭 책을 집어 든다. 최근에는 2005년에 읽은 아멜리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을 두 번 다시 봤다. ‘자신이 허위와 거짓으로 과장된 건 아닌지’ 반성했던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집필 당시 나이가 스물다섯인 게 놀라웠고 김민정 번역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그가 팬들에게 추천하던 책이다. 그는 쓰는 것도 좋아한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작가나 요리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기도 꼬박꼬박 쓰려고 노력한다. 노트북에는 일기장 폴더가 따로 있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살려고 해요. 자기 자신을 정말 존중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해요. 그게 사회의 틀을 깨는 거고…” 그의 오래된 좌우명은 ‘인간은 언제든지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이유는 사회라는 틀에 자신을 좁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다. 일기를 쓰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감정 기복은 크지 않다. 그래도 감정 이입이 심한 편이다. 정성화는 자주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남자다. “남들 모르게 흘리죠.” 며칠 전에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다가 어머니에 대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정성화의 어머니 또한 자주 그를 감동시킨다. 특별하게 내색은 안 하시지만, 친구며 가족이며 ‘친목계’를 만들어 정성화의 공연을 찾는다. 공연 포스터는 액자로 걸어두고, 아들 관련한 자료는 무조건 출력한다. 원래 인쇄를 잘 못하셨다던 어머니는 이제 각종 출력에 전문이다. “제가 뮤지컬 한창 하면서 도가 트셨어요. 넓게도 했다가 길게도 (프린트) 했다가… 아름답게 문서 장식도 하십니다.”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정성화는 뮤지컬의 매력에 깊이 빠져있다. “어느 순간 관객이 무장해제 되는 게 보여요. 처음에는 평론가처럼 매섭게 보시던 관객이 저만 나오면 그저 웃으시는 걸 보면서 ‘이게 관객과 합일치되는 순간이구나’하고 느낍니다.” 정성화는 배우로서 특히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이 좋다. “노래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하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발산하느냔 질문에는 관객 반응이 뜨거우면 해소되는 측면이 있지만,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고 말했다. 밝은 기분이 아닌데 흥겨움을 표현하고, 더 ‘업 된’ 기분인데 그 기분을 ‘다운’ 시켜야 할 때가 있다고… 그래서 공연 예술이 위대하다고 느꼈단다. 배우는 ‘업앤다운’을 절제하고 ‘일정한 파동’을 유지해야 한다. 정성화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할 때 관객의 평가를 꼭꼭 챙겨본다. “네이버 검색창에 제 이름을 많이 쳐봐요.(웃음) 블로그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서 공연소감 적어주신 분들 글을 보는 거죠. 인터파크 들어가도 후기가 있거든요. 악플이라도 신빙성이 있으면 (연기에) 반영 하고요. 연출님 얘기를 많이 들어요.” ‘굿바이걸’의 엘리어트를 연기하면서 여자의 심리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엘리어트처럼 자신을 줄곧 구박하던 여자를 사랑하기도 했고, ‘못된 여자’의 심리가 싫지 않았다. “남자는 뭔가 큰 거를 원해도 여자는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꽃피우는 걸 좋아해요.” 이번 작품을 보며 또 여자에 대해 느낀 것이다. 정성화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2007)로 현재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가 존경하는 남경주 선배, 맨오브라만차에서 더블캐스팅된 조승우와 함께다. “개근상 말고 상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뮤지컬 상을 타면 굉장한 쾌거”라며 은근한 설렘을 드러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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