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After]매트밖에선여린여대생

입력 2008-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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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치고 태권도 한 번 안 배워본 사람은 드물다. 빨간 띠에서 품 띠로 거듭날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어설프게 ‘품 띠의 상징’ 고려 품새를 해보이자 황경선이 웃는다. 고수들의 품새가 따로 있지 않을까. “대표선수들은 고려, 금강, 태백, 평원…. 그 다음에는 어떤 품새를 하나요?”, “저 사실 잘 기억이 안나요.” 선수들에게 품새는 옛 추억이다. 겨루기 위주이다 보니 품새를 따로 연습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순서를 잊었다. 하지만 발차기의 파워 만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문대성의 뒤돌려차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5년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황경선의 발차기가 멕시코 선수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상대 얼굴에 발이 닿는 순간 느꼈다. “큰일 났구나.” 상대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아찔할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 거 보는 거 아니야.” 대표팀 코치는 황경선의 눈을 가렸다. 다음 날 그 선수가 선글라스를 끼고 장난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뒤에야 마음이 놓였다.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저돌적이지만 매트 밖에서는 여리다. 누구를 때려 본적조차 단 한번도 없단다. 단, “때려주고 싶은 사람은 몇 명 있었다”고. 실패의 아픔을 이겨내 본 경험 덕인지 인터뷰 내내 깊은 속내가 느껴졌다. 혹시라도 다리에 멍든 모습을 보면 부모님의 마음이 아플까봐 “집에서는 반바지도 안 입는다”고 했다.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으로부터 “인격적으로 훌륭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의 의미를 황경선을 만나고서 알았다. 감사와 배려의 덕목을 배워야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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