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3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역도대표팀 이형근 감독은 사재혁(23·강원도청)의 입상 가능성을 묻자 말을 아꼈다. 용상에서 비공인세계신기록을 세운 얘기를 묻자 “천기누설을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5일, 결전의 땅을 밟은 사재혁은 “세계신기록을 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메달은 당연히 따라 올 것”이라고 했다. 확신이 선 모습이었다. 사재혁은 7월30일, 태릉역도장에서 열린 무대적응훈련에서 인상 160kg, 용상 210kg 등 합계 370kg을 들어올렸다. 용상 210kg은 페레페체노프 올레그(러시아)가 2001년 작성한 남자77kg급 용상세계기록과 같다. 이 날 경기는 인터넷으로 생중계 돼 많은 역도관계자들이 지켜봤다.
사재혁의 라이벌은 2007년 시즌1위 기록 보유자 리홍리(중국). 리홍리는 합계 369kg(인상 168kg, 용상 201kg)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일단, 사재혁은 리홍리의 기록을 1kg 넘어섰다. 세계기록은 합계 377kg(인상 173kg 용상 210kg)다. 세계기록경신을 위해서는 인상에서 자신의 최고기록(162kg)보다 10kg이상을 더 들어야 한다.
사재혁은 2007세계선수권에서 입은 팔꿈치 부상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인상 시도 시 팔꿈치 부상의 트라우마가 근육을 옥죈다. 사재혁은 “연습 때는 부상위험 때문에 몸을 사린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올림픽은 인생을 걸만한 대회인 만큼 육체를 정신으로 지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07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쳤기 때문에 오히려 전력노출이 안됐다”라면서 “리홍리의 최근기록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몫만 해도 충분하다”며 선수촌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남자역도 77kg급 금메달은 합계 370kg 이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혁은 13일(수) 오후8시(한국시간), 금빛 바벨을 잡는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