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이영화]‘실종’…망설임없는도축,피냄새는진했다

입력 2009-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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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나 임산부 관람불가’. 공포, 스릴러영화를 광고할 때 자주 쓰이는 문구다. 노약자나 임산부가 관람해도 큰 탈이 없는 영화들도 이 문구로 영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제작 활동사진·사진)은 노약자나 임산부가 결코 봐서는 안 되는 영화다. 진짜 관람불가다. 판곤(문성근)은 아픈 노모를 모시고 사는 중년 남성이다. 닭을 치고 달걀을 인근 식당에 납품하며 먹고산다. 달걀과 닭고기 맛이 기가 막혀 인기가 좋다. 가끔 닭백숙도 직접 만들어 집에서 파는데 젊은 여자 손님이 왔을 때만 장사를 한다. 어느 날 배우 지망생 현아(전세홍)가 영화감독과 함께 백숙을 먹기 위해 찾아온다. 판곤은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러 남자 감독을 죽인다. 그리고 현아를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적 노리개로 삼는다. 현아의 언니 현정(추자현)은 며칠째 연락이 끊긴 동생을 찾다가 “언니 양평인데 백숙집이야. 금방 올라갈게”라는 마지막 통화 내용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물어물어 판곤의 집을 찾아낸다. 하지만 판곤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는다. ‘실종’은 ‘손톱’(1994), ‘올가미’(1997), ‘세이 예스’(2001)까지 스릴러 장르만 만들어온 만든 김성홍 감독의 영화다. 제작비는 넉넉지 않았지만 8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감독의 열정, 오랜만에 주인공을 맡은 문성근의 노련함이 더해져 독특한 영화 한편을 만들어냈다. ‘실종’의 가장 큰 특징은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실종자는 어디에 있는지 추격과 추격을 더하고 심리전까지 부족해 로맨스까지 등장하는 다른 스릴러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실종’은 ‘세븐데이즈’나 ‘추격자’처럼 세련된 맛은 없다. 오히려 투박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어떤 스릴러보다 살인마의 잔인한 악행을 직설적으로 전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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