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수다]‘코미디쇼희희낙락’맡은남희석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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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오른쪽)이 ‘코미디쇼 희희낙락’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를 재연하는 동안 이해리 기자(가운데)와 변인숙 기자가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웃겨야사는아빠…초등생딸이제일반겨요”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남희석은 대뜸 “냉면 잘하는 집이 있는데 한 그릇씩 먹자”고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그는 단골이라는 함흥냉면집으로 안내해 “비빔냉면 물냉면 모두 맛있지만 둘을 섞은 냉면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독특한 주문만큼 남희석은 방송에서도, 일상에서도 뚜렷한 경계를 두지 않는 ‘자유인’이다. 낯선 것을 경계하는 연예인이란 직업이지만 누구에게나 살가운 것도 그만의 성향. 사람 좋아하고, 주변에 사람 많기로 유명한 남희석을 ‘여기자들의 수다’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기자 2명과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며 엄살을 부리는 남희석과 한 낮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헤어질 때는 해가 지는 퇴근시간이 됐다. 하지만 그는 더 할 말이 남은 듯 “술 한 잔 하자”며 정확한 날짜까지 못 박는 친근함과 치밀함을 함께 보였다.

이해리 기자(이하 이 기자) : 최근 출연료가 보장된 아침프로그램 ‘여유만만’ 진행자 자리를 내놨다.

남희석(이하 남) : 3년을 했다. 오래 고생하며 했지만 놓는데 고민은 없었다. 수입은 어마어마하게 줄었는데 ‘보령(큰 딸 이름)엄마’ 역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내 인기가 어디까지 가겠어?’란 생각도 든다.

변인숙 기자(이하 변 기자) :수입을 포기하면서 콩트 코미디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뭔가.

남:성격상 지루함을 빨리 느낀다. 결혼 전까지 오래 사귄 여자가 없을 정도니까(웃음). 안정적인 프로그램도 오래 못한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으로 개그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방송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1박 2일’같은 리얼리티가 대세라고 하지만 그 사이에 빈 구멍도 있다. 콩트가 바로 그렇다.

이 기자 :개그도 입맛대로 골라먹으면 좋겠다.

:맞다. 물냉면 좋아하는 사람, 비빔냉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코미디도 그렇다. 사실 90년대 중반 콩트 코미디가 사라진 건 신문기자의 역할이 크다(웃음). ‘억지웃음’을 유발한다며 저급하다고 비하했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보면 ‘아맛나’, ‘쌍쌍바’는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다.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코미디쇼 희희낙락’도 필요하다.

변 기자 : 옛날 이야기를 꺼내보자. 2000년 결혼한 뒤 슬럼프를 겪지 않았나.

: 결혼 뒤 8개월 정도 입이 돌아가는 등 건강이 나빴다. 쉬면서 웃기는 일 말고 다른 걸 찾았다. 일반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체인지업 가계부’를 진행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추적 60분’ 800회 특집 진행까지 맡고 있더라(웃음). 순간 ‘나 너무 달려왔나?’란 생각에 놀랐다.

변 기자 : 의도적인 설정이었나?

: 무거운 이미지를 택한 이유는 결혼 직후 아내와 장모님을 의식한 게 컸다. 이젠 아니다. 취미와 특기를 직업으로 삼는 것 자체의 행복을 잘 안다.

이 기자 : 콩트 코미디를 보는 가족의 반응도 궁금하다. 특히 초등학생인 큰 딸 보령 양의 평가는 어떤가.

: 특이한 분장을 하니까 재미있다고 반기더니 점점 냉정해진다. 보령이의 개그 끼는 엄청나다. 장래 희망란에 개그맨이라고 적어, 담임선생한테 전화도 받았다(웃음).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어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 혹시 아빠가 방송에서 얘기할까봐 그렇다.

변 기자 : 방송 활동의 원동력은 ‘내조’의 힘인가.

: 어느 날 아내와 동사무소에 갔는데 집 명의가 아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웃음). 은행 계좌부터 신용카드까지 모두 아내 명의다. 다 뺏겼다. 남은 건 6년 동안 탄 체어맨 승용차 한 대 뿐이다.

이 기자 : 출연료까지 아내 통장으로 입금되나.

: 얼마 전 지방 행사 출연료를 현금으로 주길래 비자금으로 챙겼다. 웬걸. 연말 소득공제 때 들통나 고생 좀 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현금을 60만원 이상 가져본 적이 없다.

변 기자 : 아내와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할때는.

: 늘 내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 서세원 선배의 형수님(서정희)이 ‘이왕 결혼할 거면 스포츠지 1면으로 기사 나올 때 해라’고 조언했는데 그 말이 맞다. 우리 부부가 가장 닮은 점은 술을 좋아하는 취향이다(웃음). 보령엄마는 무조건 하루 맥주 한 캔, 한 병은 마신다. 연애 시절 아내의 술이 너무 세 ‘주당’ 지상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기자 : 개그맨 남희석이 준비하는 또 다른 도전이 있다면 살짝 귀띔해 달라.

: 언젠가 내게도 부침의 시간은 온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을 도전한 이유도 슬럼프를 겪지 않을 때 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이대로면 ‘6시 내고향’ 쪽으로 가지 않을까. 농민, 어민과 어울리며 막걸리 한 잔 마시는 행복으로 살고 싶다. 참, 송해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앞으로 ‘전국 노래자랑’을 진행할 사람도, 아무리 생각해도 나뿐이다(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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