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고교야구‘주말리그제’강추 

입력 2009-08-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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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불모지 속초시에서 전국 유소년야구대회가 8월16일부터 열흘간 펼쳐졌다. 175개 팀, 3500명의 유소년 선수와 1만여 명의 학부모·가족들이 방학 기간과 휴가를 이용해 ‘속초 야구축제’에 참가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각 팀에게 참가 보조금이 지급되고, 야구용품도 주어지므로 전국의 유소년 팀은 거의 빠짐없이 참가하는 대회였다.

또, 승패와 관계없이 가족과 팀원들이 주변의 관광지까지 나들이를 하는 덕분에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속초시도 새 야구장을 만들고 꼬마 손님들을 맞이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 유소년 선수들은 미래 한국야구를 이어갈 꿈나무들이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도 지원과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야구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한 영향으로 리틀야구팀이 배 이상 증가하고, 또 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더욱 고무적이다. 그러나 중·고교로 진학할 때 학부모들은 실망과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수업을 전폐하고 프로선수 양성소로 전락한 학교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선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상적인 학업과 스포츠를 병행하기를 부모들이 바라기 때문이다. 덤으로 영주권이나 국적까지도 취득할 수 있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올해 일본 전국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대회의 지역예선에 출전한 선수 중 한국유학생이 10여 명이 되고,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 내국인(일본인으로 인정) 자격으로 지명된 한국선수가 다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국내 학원스포츠의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이 이쯤 되면 그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야 프로에 입단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아가 모교의 명예와 자신의 영예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교육계나 지도자들은 팀 성적 또는 소수의 엘리트 선수 육성만을 위하여 대다수 어린 선수들의 학업을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스포츠는 재능싸움이다. 모두가 일류선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원래 한국의 중·고교 야구는 전국의 명문학교 중심으로 발전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 8·15 건국 이후 정관계에 학생 시절 야구선수 출신들이 많았던 것도 그런 연유다.

언제부턴가 우후죽순처럼 고교야구팀이 많이 창단된 것도 신생학교가 명문교 대열에 서고 싶은 숨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앞다투어 팀을 해체하려고 구실을 찾고 있다. 성적에 연연하다보니 온갖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아 학교장들이 귀찮아한다는 소리다. 축구계는 일찍이 이런저런 염려로 학생대회는 주말이나 방학 기간에만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아무리 인기 있는 야구라 하더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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