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존재만으로도위협적인선수,데릭지터        

입력 2009-09-18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뉴욕 양키스는 지역 라이벌 메츠 입장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같은 존재다. 그리고 그 산 꼭대기에는 데릭 지터라는 선수가 있다. 그것도 14년 넘게 한결같이 산을 지키고 있으니 메츠 팬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마디로 지터는 메츠팬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다. 6년전 그 지터를 무너뜨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호세 레이예스라는 선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한마디로 언감생심이다.

지터의 성적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눈에 확 띄는 것은 없다. 그리고 웬만한 MLB마니아가 아닌 이상 그의 중요함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데릭 지터는 과연 어떤 선수인가? 그의 커리어는 단 두가지 단어로 정의될 수 있다. 존재감과 일관성(consistency)이다. 비교하자면 ‘MLB의 홍명보’라고나 할까.

○존재감

스무살 어린 나이에 MLB에 데뷔한 이후 그는 양키스의 심장이다. 성적은 평범한듯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기록에 남지는 않지만 그의 역할은 특히 플레이오프때 부각된다. 2001년 오클랜드와 맞붙은 디비전시리즈에서 그의 ‘패스 송구’는 그의 존재감을 대표하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ESPN은 지난 2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의 플레이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그는 김병현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며 11월에 공식으로 기록된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선수와 팀은 성적으로 말을 한다고 하지만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내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리베로와 주장으로 한국축구대표팀 뒷문을 맡은 홍명보와 양키스의 캡틴 지터에게서는 비슷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일관성

데뷔했을 당시나 14년이 흐른 지금이나 지터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에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스윙 자체만 분석해보면 그대로다. 수많은 선수들이 오고갔지만 그의 테크닉은 한결같다. 그의 기복없는 테크닉을 반영하듯 그의 성적 또한 특별한 기복이 없다. 지터보다 더 많은 홈런, 더 높은 타율,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하는 선수는 많지만 그처럼 오랫 동안 한결같은 성적을 10년 넘게 기록하는 선수는 MLB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추신수

2009년 추신수의 성적은 데릭 지터가 매년 기록하는 성적과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 올해처럼 앞으로 13년만 더한다면 추신수도 지터처럼 대선수로 인정받을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관성을 유지하고 존재감을 키워간다면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twitter.com/danielkim9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