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최영함(4500t급·KDX-II)이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전원(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2명, 미얀마인 11명)을 모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군 관계자는 21일 “최영함이 오전 9시 50분 구출작전에 돌입했고 오후 1시 37분 인질 21명을 모두 구출했다”며 “구출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1명이 해적이 쏜 총을 배에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나머지 선원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호주얼리호를 장악하고 있던 해적 7명 가운데 6명이 사살됐으며 1명은 부상을 당한채 잡혔고, 작전에 투입된 특수전 요원 전원이 부상 없이 임무를 끝냈다”고 덧붙였다.
해적과 인질이 함께 있는 선박에서 구출작전을 시도해 피해 없이 작전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 첫 번째다. 또 한국군이 외국에서 교전을 벌여 적의 인명을 살상한 것은 베트남전쟁 이후 처음이다.
이날 작전은 한민구 합참의장의 지시로 전격 실시됐다. 18일 1차 구출작전 실패 후 기회를 보고 있던 한 의장은 소말리아에서 해적 모선(母船)이 삼호주얼리호로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모선이 도착하기 전 구출작전 결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임무를 맡고 있는 연합함대 소속 미군은 해상초계기 P3C를 지원해 삼호주얼리호에 있는 해적들의 위치와 무장 상태를 최영함에 알려줬으며, 최영함은 링스헬기를 삼호주얼리호 상공으로 보내 해적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
이때 특수전 요원 20여 명은 21일 고속단정 3대에 나눠 타고 링스헬기가 떠 있는 반대쪽으로 몰래 접근해 삼호주얼리호 승선에 성공했다. AK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인 특수전 요원들은 작전 개시 4시간이 채 안 돼 해적 7명을 사살하고 인질 21명을 무사히 구출했다.
앞서 최영함은 18일 오후 8시 9분경 1차 구출작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고속 단정 2대에 나눠 타고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하던 특수요원 10여 명 가운데 3명(소령 1명, 상사 1명, 하사 1명)이 해적의 대응사격을 받아 가벼운 부상을 당해 후퇴했다. 하지만 삼호주얼리호에서 내려온 해적 자선(子船)의 해적 4명이 최영함에서 출격한 링스헬기의 사격으로 사살 또는 실종됐다.
1차 작전 과정에서 부상당한 특수요원 3명은 오만이 지원한 군용 헬기로 오만의 모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해운 소속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1만 t급)는 15일 낮 아덴 만 해역에서 2000㎞ 떨어진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