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여행 ③]발트가 보여주는 바다, 유르말라

입력 2015-10-19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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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유르말라Jurmala로 가기로 했다. 기차를 타고 마요리Majori역에서 내려야 했다. 라트비아어로 유르는 ‘대양’을, 말라는 ‘해변’을 뜻한다고 한다. 바닷가로 해석하면 좀 더 와 닿을 것 같았다. 이곳은 나폴레옹시대부터 유명했고 러시아의 라트비아 점령기 때에도 러시아 간부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였다.

기차를 탄다는 것은 덜컹거린다는 청각적인 효과 때문에 확실히 들뜨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기차는 조금 특이한 구조다. 우선 높고 내부도 이제까지 보아온 기차들 중에서 가장 넓다. 내부는 퇴근 시간인 탓인지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독특한 표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피곤함과 안락함이 동시에 배어있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저녁 일곱 시, 세상 모든 사람들의 표정.

삼십 분간 교외로 나가 마요리역에 내렸다. 열 개 정도의 역에 섰고 이곳이 종점이었다. 역 앞으로 넓게 물이 흐르고 있지만 그것은 바다가 아니라 강이다. 이곳에 온 정확한 이유는 발트의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발트의 선셋을 보러왔음이다. 역 앞에 이정표가 있기 때문에 해변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지만 하늘은 아직 바다 위에 멀찍이 떠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유르말라 시내로 향한다. 어차피 늦은 시간에 왔기 때문에 시티 뮤지엄이나 관광 안내소는 모두 문을 닫은 후. 시내랄 것도 없는 그냥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길이지만 어느 곳보다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많다. 1킬로 남짓의 시내를 걷는 동안 온통 피부가 하얀 백인들만이 이 거리를 매웠다. 잘 꾸며진 집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변에서 바다와 함께 하는 사람들.

메인 도로에서 다시 역 쪽으로 갈 것 없이 그냥 바다로 가기로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방향은 서쪽. 좁은 골목을 지나자니 어디선가 희미하게 바다의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의 소리라는 것은 파도가 치는 소리와는 다르다. 그것은 약간 웅웅거리고 어디선가 조금의 진동이 느껴지는 그런 미세한 소리다. 바다는 가까이 있었다. 발트. 이 거대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공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33킬로미터나 된다는 백사장에 비하면 아니, 발트의 바다 앞에서 이 정도의 사람은 숫자라는 개념으로 다가서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어디에선가로부터 멀게 돌아온 바닷물은 이곳 유르말라의 땅에 닿았다가 역시 다시 먼 곳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짧은 입맞춤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되는 길고 긴 여정. 발트는 이들을 받아주는 바다의 항구였다. 마침 발트 저 너머로 태양이 지나고 있다. 어디선가 들었다. 노을은 구름의 먼지라고. 태양과 함께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먼지들. 나는 내 속의 먼지들을 발트 바다의 끝에 고이 묻어둔다. 발트는 고맙게도 바닷물도 석양도 모두 함께 품고 사라져간다.

모두투어 제공


유르말라 가는 법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간다. 버스도 운행하지만 유르말라 버스터미널에서 시내까지는 조금 걸어야하므로 기차를 추천한다.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로 자주 있지만 예고 없이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기차역으로 가서 정확한 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마요리역까지 왕복 2.8유로. 객차 내에서 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지참하고 있어야 한다. 3번 플랫폼에서 출발. 35분소요.

음식
리도Lido 레스토랑
리가에서 리도는 곧 진리이다. 몇 가지 음식을 담고 음료수까지 시켜도 10유로 안팎에 푸짐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리도의 장점은 라트비아의 전통음식까지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며 물론 레스토랑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다. 바쁜 시간을 피하면 좀 더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 시간엔 음식이 다소 말라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중앙시장
리도가 진리라면 시장에서의 식사는 정답이다. 라트비아 서민들의 평범한 한 끼를 먹어 본다는 것은 아주 괜찮은 경험이다. 청어 샌드위치를 고급 레스토랑보다 거의 다섯 배가 싸게 먹을 수 있으며 햄과 채소를 섞은 스프인 솔랸카Solanka, 우리에게 익숙한 돈까스를 닮은 카르보나데Karbonade 그리고 주스 한잔까지 전부 3유로 정도로 놀랄 만큼 저렴하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발트 3국 공통 팁>

환전
3국 공히 유로를 쓴다. 현지 환전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많은 숙소와 식당에서 카드를 받으므로 카드와 현금을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언어
발트 3국의 언어는 모두 다르며 인접국이지만 특히 에스토니아의 언어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언어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하게 다르다. 영어가 잘 통하지만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면 라트비아에서는 좀 더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다.

전압
한국과 같다. 220v 동일.

발트 내의 국경 넘기
버스로 국경을 넘을 때는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는다. 개인별 이동시 불시에 검문이 있을 수 있다.

버스 이동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는 서로 이웃하고 있으며 나라 자체가 크지 않아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리가까지는 다섯 시간, 다시 빌뉴스까지는 대략 네 시간 정도가 걸린다. 버스티켓은 각 나라의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국가 간의 이동 티켓은 일반 창구에서 팔지 않고 룩스나 에코라인 같은 개인 버스 회사의 별도 부스에서 판매한다. 버스표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과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하며 버스 탑승 전 여권 검사를 하기 때문에 여권 지참은 필수. 버스 내부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
에코라인 http://ecolines.net/en/
룩스 http://www.luxexpress.eu/en

기차 이동
전 유럽을 커버하는 유레일패스는 불행하게도 발트 국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그 등에서 기차로 입국이 가능하나, 라트비아의 경우 벨로루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벨로루시 비자가 따로 필요하다. 기차로의 입국은 비 추천.

선박 이동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로 오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수도 많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돌아가는 배편은 생필품과 맥주 등의 주류를 사가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치안
표현을 잘 하는 민족은 아니지만 러시아나 폴란드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라 치안 문제는 다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 시간의 도심 활보는 주의할 것.

인터넷
발트의 인터넷 사정은 꽤 좋다. 전 세계적인 인터넷전화로 유명한 스카이프를 처음 발명한 곳도 에스토니아이다. 숙소와 레스토랑, 터미널 등지에서 쉽게 와이파이에 연결된다.

비자
발트 3국 모두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90일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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