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판 가득 메운 구름관중, 슈퍼스타 김연경의 힘

입력 2023-02-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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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흥행 보증수표’다. 그의 복귀만으로도 V리그는 들썩였다.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의 소속팀 흥국생명의 경기는 대부분 TV 시청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또 여자부 순위경쟁에 불을 지피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제공 | KOVO

감독 해임 악재에도 흥국 구심점 역할
탁월한 공격능력에 리시브 효율도 ‘굿’
지난 시즌 6위, 올핸 당당히 선두다툼
14년만에 올스타전 출전 첫 MVP 감동
최고시청률 경기 톱5, 김연경 게임 3개
한국배구의 간판스타 김연경(35·흥국생명)이 V리그로 복귀한 뒤 발생한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현대건설의 독주 체제였던 여자부 판도에 긴장감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관심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졌다. 팬들은 일본, 튀르키예(터키), 중국 등 해외무대에서 펄펄 날고 2020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배구의 인기몰이에 앞장섰던 ‘배구여제’를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들거나 경기장을 직접 찾고 있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전반기에 달성된 기록 중 하나도 김연경의 엄청난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 기간 여자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는 지난해 12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KGC인삼공사전(1.61%)이었지만, 상위 5위 안에는 흥국생명의 경기나 3게임이나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V리그와 흥국생명 또한 적잖은 시련을 겪어왔지만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를 앞세워 인기 회복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V리그 흥행 주도하는 분홍 물결

흥국생명은 지난해 11월 13일 한국도로공사와 홈경기 당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5800석을 꽉 채웠다. V리그에서 관중 5000명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여자부 경기에 5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것은 2018년 12월 25일 IBK기업은행-도로공사전(5108명) 이후 근 4년만이었다. 남자부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9년 1월 10일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5043명)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으로선 2022∼2023시즌 첫 홈경기 만원관중이었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매진 열기를 이미 한 차례 겪은 바 있었다. 올 시즌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인기는 요일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도로공사와 홈경기 3일 전에 벌어진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장충체육관 3325석이 다 팔렸다. 흥국생명이 가는 곳마다 구름관중이 몰렸다. 관중석에선 분홍색 응원 클래퍼를 든 팬들이 물결을 이뤘다. 배구계 관계자들은 이를 ‘김연경 효과’로 평가했다. 배구 팬들은 김연경이 잠시 복귀해 뛴 2020∼2021시즌 코로나19 여파로 마음껏 ‘직관’하지 못한 아쉬움을 올 시즌 훌훌 털어내고 있다.

김연경은 홈과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생애 처음 ‘별 중의 별’로!

마침 올스타전도 지난달 말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졌다. 김연경은 올스타전까지 휩쓸었다. 김연경에게는 2008∼2009시즌 이후 14년만의 올스타전이었다. 2020∼2021시즌에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 8만2115표로 최다 득표를 차지하고도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무산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2년 전보다 많은 8만2297표로 김연경을 최다 득표자로 만들어줬다. 올해 올스타전 하루 전 열린 ‘Pre-All Star Game’ 때도 2400여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을 뿐 아니라 올스타전 온라인 판매분(6338석)부터 매진 사례가 기록됐고, 경기 당일에는 6446명의 만원관중이 삼산월드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김연경은 이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이날 M스타 최다 기록인 5점(공격성공률 37.50%)을 올리며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그동안 정규리그 신인상과 MVP는 물론 각종 상을 휩쓴 김연경이지만, 프로 18년차에야 처음 올스타전 MVP를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올스타전은 14년만인데, 나이가 드는 게 실감이 난다”면서도 “실은 투표 전부터 1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사하고 뜻깊다”고 팬들의 성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스포츠동아DB



●아직도?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

여자부 개인성적 순위표에선 김연경의 이름이 적잖이 보인다. 김연경은 시간차공격을 비롯해 공격종합 지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헌신적이다. 이번 시즌 40%대 후반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4개에 가까운 디그를 기록하고 있다.

권순찬 전 감독을 비롯해 김대경 감독대행 등 흥국생명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이 올 시즌 선두를 다툴 수 있는 것은 김연경의 공·수에 걸친 맹활약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흥국생명 후배들은 또 김연경이 알려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미들블로커(센터) 김나희는 “(김)연경 언니가 경기 도중 블로킹 타이밍에 대해 세밀하게 신경 써 알려준 덕분에 상대 공격을 바로 막아낼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상대 감독들에게도 김연경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192cm의 김연경과 196cm의 옐레나가 공격조합을 이룰 때면 고개를 가로젓는 감독들이 적지 않다. 여자부 최고의 높이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마저도 “김연경, 옐레나 조합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김연경과 옐레나가 앞에 있으면 세터 안혜진으로선 어떻게 공격을 전개해야 할지 부담을 느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제공 | KOVO



●외풍에도 선수단 단결시킨 원동력

김연경은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흥국생명 복귀를 택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1월 초 권순찬 전 감독과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랐다”며 돌연 해임을 결정했다. 이후 사령탑 구인난을 겪은 흥국생명은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김 대행을 비롯해 김연경, 김해란 등 베테랑들이 앞장서 분위기를 수습해왔다.

고난의 시기를 거친 흥국생명은 다시 우승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김 대행은 “연경이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김연경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부족한 점은 여전히 많다. 올스타 휴식기에도 계속해서 연습을 거쳤는데, 앞으로도 무엇이 부족한지 계속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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