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고립, 국내에선 자책골…KFA, ‘레임덕’ 피하려면 변화만이 답 [사커토픽]

입력 2023-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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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각종 비위로 중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에게 조용히 면죄부를 주려다가 실패한 탓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48명도 포함돼 있었다.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다. 그럼에도 KFA는 최악의 결정을 강행했다. 떳떳하다고 느끼진 않았던 듯,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가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뒤 킥오프를 1시간 앞둔 시점에 발표했다. 갓 출범한 ‘클린스만호’의 평가전 결과에 예민한 사안이 가려지길 기대했겠지만, 어설픈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여론은 악화됐고, 질타와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승부조작 사태에 강한 철퇴를 내린 당사자가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임한 정 회장이었음을 기억하기에 팬들은 더욱 황당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정치권까지 관심을 드러내자, KFA는 발표 사흘 만에 꼬리를 내렸다. 긴급이사회를 열어 결정을 번복했다. 그러나 역대급 자책골이 ‘없던 일’이 될 순 없다.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정 회장의 입장문 낭독만으로 갈음하려고 한 무성의한 태도까지 새로운 불씨를 낳았다.

앞서 파울루 벤투 전 감독(포르투갈)을 2018년 8월 선임할 당시 완벽하게 작동했던 시스템과 절차를 무시한 채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와 비난을 자초하는 등 KFA는 최근 ‘내치’에서 끊임없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무대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초라하다. 정 회장은 얼마전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선거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비주류에 가까운 동남아시아 후보들에게도 밀려 낙선했다. 즉흥적으로 도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경쟁에선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 밀렸다. 그나마 아시안컵은 ‘쩐의 전쟁’과 대회 인프라 등에서 뒤졌으니 이해할 만하지만, FIFA 입성 실패는 몹시도 뼈아프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데다, 투표권을 가진 해외인사들과 평소 스킨십이 적었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팎에서 거듭된 실패는 2025년 1월, 3번째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의 ‘레임덕’을 부추길 수 있다. 세상 어디든 조직의 수장은 퇴진 시기가 다가올수록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시기는 노력 여하에 따라선 늦출 수도 있다.

유일한 답은 내부개혁이다. 예민한 사안은 그저 피하기 급급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뇌부부터 바로 서야 한다. 남은 임기에 정 회장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내외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한 채 제대로 조언조차 하지 않은 이들을 과감히 배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의 헛발질로 인해 그동안의 치적마저 평가 절하된 정 회장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KFA의 비정상적 행보에 제동을 걸고 ‘노(No)’와 ‘스톱(Stop)’을 외칠 수 있는 참신한 참모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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