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선수 김은중, 2023년 감독 김은중 [스토리사커]

입력 2023-05-29 1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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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U-20 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은중 감독(44)이 전국구 스타가 된 것은 청소년대표 시절이다. 1998년 10월 태국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U-19) 일본과 결승전(2-1 승)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탁월한 기량으로 주목을 받았다. 동북고를 중퇴하고 1997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에 입단했던 그는 당시 대회 4골을 기록하며 1979년생 동갑내기 이동국(5골)과 함께 차세대 주자로 각광 받았다. 동북중 3학년 때 공에 맞아 사실상 왼쪽 눈의 시력을 잃고도 ‘샤프’라는 별명답게 문전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과 날카로운 패스로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이듬해 나이지리아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쓴맛을 봤다. D조에 속한 한국은 1차전 상대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뒤 2차전 우루과이전도 0-1로 졌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말리를 상대로 최종전에서 4-2로 이겼지만, 결국 조 최하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스트라이커 김은중은 3경기를 모두 뛰었지만, 한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2014년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로 변신한 김은중은 올림픽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서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준비에 필요한 노하우를 충분히 익혔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전술 능력은 물론이고 바르고 합리적인 성품, 참신한 이미지, 젊은 선수들과 소통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은중호의 목표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애당초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내 반발이 거세지자 FIFA는 개최지를 아르헨티나로 바꿨다. 우리 입장에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 가야하는 악재를 만났다.

또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 스타플레이어도 없었다. 2019년 대회 때 이강인(마요르카)을 비롯해 K리그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면, 이번 대표팀에는 팬들에게 낯선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김은중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로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 지를 잘 알았다. 대회를 앞두고 브라질 상파울루에 전지 훈련지를 차리고 최종 담금질을 하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뚜껑을 열자 불안감은 사라졌다.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프랑스를 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고, 2차전 온두라스에 이어 3차전 감비아와 비기며 조 2위(1승2무)로 16강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이루지 못한 16강의 꿈을 지도자로서 이뤘다. 한국은 6월 2일 B조 2위 에콰도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이제 김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들은 모두 색깔이 뚜렷한 강팀들이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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