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되찾아야 할 명가의 위상…멈추지 않고 도약할 터” [V리그 개막특집]

입력 2023-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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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최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진행된 프리시즌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캐피탈

충남 천안의 배구 전용 클럽하우스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7)에게 ‘명가의 재건’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아니 무조건 이뤄야만 할 과제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수년간 고통스러운 ‘리빌딩’ 작업에 나섰다. 그 속에서 성장통이 적지 않았다.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은 최하위(7위)에 머물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기 전 마지막 시즌인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섰던 명가는 크게 추락했다.
그래도 최 감독은 인내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서 희망을 봤고, 나름의 성취감도 느꼈다. 2022~2023시즌 현대캐피탈은 예상을 뒤엎고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프전을 준우승으로 마쳤다.

물론 만족하지 않는다.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고, 지도자로서도 성공적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본다. 천안과 태국을 오가며 진행한 비시즌의 훈련 성과도 나쁘지 않다. 최 감독은 “재도약을 위한 준비단계다. 영건들이 잘 자랐고, 아픔에서도 교훈을 얻었다. 우리는 앞날이 기대되는 팀이다. 명가의 자긍심을 되찾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선수와 감독 최태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선수로 뛸 때는 정말 독했다. 차가운, 승부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긍정적이면서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는 조력자? 꽤 유연해졌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사람이 됐다.”


-성취를 맛본 만큼 팀,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것 같다.

“지도자라면 다 그럴 것 같다. 높이, 멀리 바라보려 하지 않나. 어느 선의 기대치는 있다. 그런데 눈높이는 그렇지 않다. ‘과정’에 점수를 주고, 보람도 찾는다. 선수의 눈높이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패턴에 변화를 주며 지루함을 줄여주려고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 | KOVO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큰 인기를 누리고 돈도 많이 버는 선수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본인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택한 배구를 통해 행복과 성취감을 얻고, 후회도 없어야 한다. 그런 감정을 갖는다면 그는 코트가 아닌 사회에서도 존중받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1승2패에 그친 컵대회 결과는 조금 아쉬웠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완전히 털어낸 계기였다. 각급 대표팀 차출과 부상으로 최악의 조건 속에서 1승을 했다.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10월 개막할 정규리그의 희망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을 떠올린다면?

“직전 시즌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봄배구’를 노릴 만하다고 봤다. 쉽진 않았다. 조직력을 다지는 과정이 길어졌다. 플레이오프라는 현실적 판단이 섰다. 변수도 생겼다. 6라운드 한창 피치를 올리던 시점에 전광인(아웃사이드 히터)의 부상이 있었다. 그래도 똘똘 뭉쳤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한국전력을 꺾고 챔프전에 올랐는데, 많은 것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방점은 못 찍었어도 ‘우리가 보인 퍼포먼스는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해줬다.”


-비시즌 훈련에서 완전체 전력으로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함께 한 적이 없다. 전광인, 허수봉, 박경민이 출전할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야 완전체가 구성될 것 같다. 외국인선수 이크바이리(리비아·아포짓 스파이커)와 새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로 데려온 미들블로커 페이창(대만)도 9월 말부터 정상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 실질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2주 남짓이다.”

스포츠동아DB



-아시아쿼터가 변수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

“외국인선수는 항상 변수다. 알짜배기를 뽑았는지는 개막 후에나 알 수 있다. 힘과 높이를 모두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팀과 동료들을 이해하고, 문화에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이크바이리는 터키 트라이아웃에서 확인한 선수들 중 순위권에 들었다. 나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해외 우수 자원들을 많이 영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최태웅의 배구를 정의한다면?

“스피드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부터 빠른 배구를 강조했다. 이란이 많은 영감을 줬다.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만족스럽진 않아도 점차 나아지더라. 단순히 동작만 빠른 것이 아니라, 볼 배급과 움직임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 지금은 평균치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나름의 배구 패턴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삼성화재와 ‘클래식매치’가 그립지 않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겁다. 라이벌전을 기다리던 긴장과 부담, 불꽃 튀는 명승부까지 매 순간이 그립다. 그런 긴장을 느껴본 것이 오래됐다. 지금은 새로운 강호도 있다. 대한항공도 탄탄한 선수단을 구축했다.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계속 도전하겠다. 무너지지 않는다. 선수들도 나도 참 간절하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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