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이정효 감독. 스포츠동아DB
광주는 실력으로 ‘둥근 공’의 진리를 확인시켰다. 6월 포항 스틸러스(4-2)~전북 현대(2-0·이상 홈)를 꺾었고, 이달 들어서는 울산 현대(2-0)~FC서울(1-0·이상 원정)을 차례로 격파했다. 올 시즌 전 구단을 상대로 승점을 챙기는 한편 최근 3연승을 포함해 10경기 연속무패(5승5무)를 달리고 있다.
특히 9경기(2무7패) 동안 이기지 못한 서울을 상대로 10경기 만에 승점 3을 수확해 가치를 더했다. 이 기세라면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 출전권도 노려볼 만하다.
매 라운드 광주가 써내려가고 있는 놀라운 드라마에는 이정효 감독(48)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높지 않은 선수들의 이름값,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훈련 인프라, 변변치 않은 팀 연혁 등 모든 면에서 광주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 K리그2 1위로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고, 올 시즌에도 하늘 높이 비상 중이다. 이 감독도 “우리가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지 나도 궁금하다”며 만족해한다.
객관적 전력이 크게 뒤지는 팀을 단기 토너먼트도 아닌 정규리그에서 선두권으로 올리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감독은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지난 경기를 복기해 잘된 부분과 보완할 점을 찾고, 다음 상대를 분석해 정리한 뒤 선수단과 공유하면 일주일이 금세 흐른다.
광주FC 이정효 감독. 스포츠동아DB
만약 사흘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지면 로테이션까지 고민해야 하고, 그 사이 기존 팀 전술에 맞춤형 전략을 입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훈련이 이뤄지는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실전 기회는 없다. “국가대표를 다녀왔든, 2군이든 모두 제로(0) 베이스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야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이 양보하지 않는 철칙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을 깨워주는 것이다. 단순한 실력 향상이 아니다. 잠재력을 끌어내고 꿈을 키워주는 역할이다. 최근 사이먼 사이넥이 쓴 서적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읽고 있는 그는 자신을 ‘안내자’로 소개했다. 이 감독은 “난 꿈이 작았던 선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꿈을 크게 키워주고 싶다. 좋은 대우를 받고, 큰 무대를 누비도록 인도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또 악을 써가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꿈꾸는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멈춤 없이 성장한 광주는 파란 꿈을 꿀 자격이 충분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