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남자’ 이정효 광주 감독, “난 선수들의 꿈을 인도하는 안내자” [사커피플]

입력 2023-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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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이정효 감독. 스포츠동아DB

강등 후보 영(0)순위로 거론됐다. 걱정의 한숨이 가득했다. 불안감 속에 뚜껑이 열렸다. 그러나 광주FC는 30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원큐 K리그1 2023’에서 13승9무8패, 승점 48로 3위에 올라있다.

광주는 실력으로 ‘둥근 공’의 진리를 확인시켰다. 6월 포항 스틸러스(4-2)~전북 현대(2-0·이상 홈)를 꺾었고, 이달 들어서는 울산 현대(2-0)~FC서울(1-0·이상 원정)을 차례로 격파했다. 올 시즌 전 구단을 상대로 승점을 챙기는 한편 최근 3연승을 포함해 10경기 연속무패(5승5무)를 달리고 있다.

특히 9경기(2무7패) 동안 이기지 못한 서울을 상대로 10경기 만에 승점 3을 수확해 가치를 더했다. 이 기세라면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 출전권도 노려볼 만하다.

매 라운드 광주가 써내려가고 있는 놀라운 드라마에는 이정효 감독(48)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높지 않은 선수들의 이름값,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훈련 인프라, 변변치 않은 팀 연혁 등 모든 면에서 광주는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 K리그2 1위로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고, 올 시즌에도 하늘 높이 비상 중이다. 이 감독도 “우리가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지 나도 궁금하다”며 만족해한다.

객관적 전력이 크게 뒤지는 팀을 단기 토너먼트도 아닌 정규리그에서 선두권으로 올리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말 그대로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감독은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지난 경기를 복기해 잘된 부분과 보완할 점을 찾고, 다음 상대를 분석해 정리한 뒤 선수단과 공유하면 일주일이 금세 흐른다.

광주FC 이정효 감독. 스포츠동아DB


만약 사흘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지면 로테이션까지 고민해야 하고, 그 사이 기존 팀 전술에 맞춤형 전략을 입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훈련이 이뤄지는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실전 기회는 없다. “국가대표를 다녀왔든, 2군이든 모두 제로(0) 베이스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야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이 양보하지 않는 철칙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수들을 깨워주는 것이다. 단순한 실력 향상이 아니다. 잠재력을 끌어내고 꿈을 키워주는 역할이다. 최근 사이먼 사이넥이 쓴 서적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읽고 있는 그는 자신을 ‘안내자’로 소개했다. 이 감독은 “난 꿈이 작았던 선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에게는 꿈을 크게 키워주고 싶다. 좋은 대우를 받고, 큰 무대를 누비도록 인도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또 악을 써가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꿈꾸는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멈춤 없이 성장한 광주는 파란 꿈을 꿀 자격이 충분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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