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울의 과감한 행보다. 구직 중인 지도자가 아닌 현직 감독을, 그것도 K리그1 다른 팀의 사령탑을 영입했다. 2019년부터 포항을 이끈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3년 재계약까지 했다.
그럼에도 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안익수 전 감독과 결별한 8월, 김진규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 뒤 차기 사령탑에 대한 분명한 내부 기준을 정했다. 국내 지도자를 선택하면 김 감독을 데려오자는 것이었다.
당연했다. 취임 첫 해 포항을 K리그1 4위로 이끌었고, 이듬해(2020년) 3위와 함께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지난해 3위, 올해 2위로 리그를 마쳤다. ‘우승 갈증’은 올해 FA컵으로 해소했다.
김 감독의 성취가 대단한 것은 어려운 환경에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포항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우승과 거리가 멀다. 부족한 살림살이에 수시로 선수들이 떠났다. 매 시즌 새판을 짰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불평하지 않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치열하게 준비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렇듯 지도력과 팀 장악력, 성과 등 모든 것을 갖춘 김 감독은 서울에 가장 매력적이고 이상적 선택지였다. K리그가 유료관중만 집계한 2018년 이후 최초로 단일시즌 홈 관중 40만 명을 돌파한 서울은 최고의 흥행 구단이나 성적은 좋지 않다. 올해까지 4시즌 연속 파이널라운드 그룹B(7~12위)에 머물렀다.
협상은 시즌 종료 직후 급물살을 탔다. 김 감독이 상하이 하이강, 우한 싼전(이상 중국)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정황도 파악했음에도 서울은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구애했다. 계약 실패를 대비한 플랜B로 과거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세뇰 귀네슈 감독(튀르키예) 등을 검토하면서도 김 감독은 늘 우선순위였다.
게다가 서울이 ‘현직 지도자’를 데려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2월에도 당시 광주FC 박진섭 감독(46·현 부산 아이파크)을 영입한 바 있다. 위약금 이슈가 있었고, 광주의 강한 반발로 잡음이 크게 일었으나 끝내 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서울은 K리그 최고 사령탑으로 통하는 김 감독에 지휘봉을 맡기며 또 한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