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도, 디테일도 없던 클린스만…말은 번드르르, 행적은 참담 [사커토픽]

입력 2024-02-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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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64년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은 역시나 실패로 끝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알라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요르단과 2023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모든 면에서 완패였다. 이날 요르단이 시도한 17개의 슛 중 7개가 유효 슛으로 집계된 반면 한국은 고작 7개의 슛을 날렸고 유효 슛은 0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1-1 무·승부차기 승)~호주와 8강전(2-1 연장 승)에서 기적에 가려졌던 대표팀의 처참한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된 90분이었다.

돌이켜보면 4강 진출은 말 그대로 운이 따른 결과였다. 적게는 8분, 길게는 10분 이상씩 넉넉히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은 우리에게는 ‘약속의 시간’이었다. 후반 46분 이후(연장 포함)에만 4골이 터졌다.

그런데 시원한 느낌은 없었다. 대부분 개인 역량에서 비롯된 장면이었다. ‘팀 클린스만호’는 보이지 않았다. 전방에 공을 배급한 뒤 이름값 높은 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축구만 무한 재생됐다. 세트피스에서조차 약속된 패턴 플레이가 없었다. 동시에 선수들의 입에선 ‘자유’와 ‘자율’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좋게 보면 선수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막연한 긍정 마인드로 무장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지나치게 느슨한 태도로 인해 마치 ‘방관’처럼 비쳐졌다.

진짜 실전무대에서 벤치의 역량은 한참 부족했다. 조별리그와 준결승에 걸쳐 2차례 맞붙은 요르단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수 싸움’에서도 밀렸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에도 ‘클린스만호’는 맥을 못 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렇듯 상대는 우리를 정확히 읽었지만 ‘클린스만호’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포메이션 변화로 숫자놀음만 했다. 또 명확한 ‘지피지기’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고용한 유럽축구연맹(UEFA) 라이선스를 지닌 지도자들이 대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시시각각 흐름이 바뀌는 경기 도중 변수 대응은 차치하고 체력저하와 같은 뻔히 드러난 상황에 대한 대비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 120분 혈투 후 이틀을 쉬고 호주전에서 다시 연장 혈투를 치러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매 경기 고정화된 선수들만 거듭 출전시켜 스스로 리스크를 떠안았다.

이 과정에선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된 왼쪽 풀백으로 멀쩡한 컨디션의 김진수(32·전북 현대)를 외면한 채 굳이 경기력 난조의 이기제(33·수원 삼성)를 무리해 투입하거나 본래 포지션이 오른쪽인 설영우(26·울산 HD)를 돌려쓰는 이해 못할 용병술로 비난을 자초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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