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긴 보라스’ 새삼 크게 느껴지는 이정후의 1억1300만 달러

입력 2024-02-27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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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보라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악마 에이전트’도 부진한 성과를 거둘 때가 있다.

스콧 보라스는 메이저리그(MLB) 초대형 계약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거물 에이전트다. 그는 고객인 선수들로부터는 ‘천사’란 찬사를 듣지만, 협상 대상인 구단들로부터는 ‘악마’란 평가를 받는다.

보라스는 한국선수들과도 인연이 깊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올 시즌 MLB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이정후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계약과정을 담당한 보라스는 속전속결로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12월초 이정후에게 무려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05억 원)의 거액을 안겼다.

이정후의 계약이 완료된 직후 보라스의 명성은 다시 한번 MLB 스토브리그를 강타했다. 그러나 불과 1개월여 만에 상황이 조금은 바뀌었다. 연전연승을 거두던 보라스의 기세가 올해 초부터 크게 꺾였다.
보라스는 스토브리그 초반 확신했던 류현진(37)의 MLB 잔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보라스는 FA 시장이 개작한 직후 “류현진은 MLB에 남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류현진은 22일 한화 이글스와 8년 총액 170억 원에 계약하며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물론 37세의 베테랑 투수인 류현진은 이번 겨울 보라스의 핵심 고객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FA들의 계약 상황 또한 보라스의 자존심을 구겨놓고 있다.

이정후. 사진출처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보라스는 야심 차게 준비한 코디 벨린저의 계약에서 3년 8000만 달러(약 1065억 원)에 그쳤다. 벨린저는 201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은 뒤 부진의 늪에 빠졌지만, 지난해 반등에 성공하며 이번 FA 시장에서 총액 2억 달러 이상의 대박을 예고했다. 보라스는 장기전을 택해 2월이 다 지나도록 벨린저의 계약을 질질 끌었다. 그러나 구단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말려들지 않자 결국 시카고 컵스와 3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보라스는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MLB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6일(한국시간)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선 “구단들은 쓸 돈이 충분하다. 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할 돈을 안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후의 1억1300만 달러 계약이 새삼 두드러지게 보인다. 보라스는 아직도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등의 계약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라스에게 1억 달러 이상의 계약 실적을 안긴 선수는 현재까지는 이정후가 유일하다.

한편 허리 미세통증으로 MLB 시범경기 데뷔전이 미뤄졌던 이정후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데뷔전을 치른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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