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주장직 내려놓은 LG 오지환의 진심과 책임감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4-04-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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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오지환(34)은 2022, 2023시즌 LG 트윈스의 주장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팀이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조하며 실력과 리더십을 모두 인정받았다. 당연히 올 시즌에도 주장은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흐름이 워낙 좋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3월까지 0.207(29타수 6안타)에 불과했던 타율이 0.221(68타수 15안타)로 약간 올랐지만, 최근 결정적 주루사 등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탓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염경엽 LG 감독에게 주장 교체를 요청했고, 12일부터 2019~2021시즌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36)가 다시 완장을 차게 됐다. LG 구단 관계자는 “오지환은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책임감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야구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내려놓고 싶다고 요청해 감독님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베어스와 라이벌전이 펼쳐진 14일 잠실구장에서 그의 진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오지환은 “주장으로서 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도 처음에는 ‘참고 견뎌보자’고 하셨는데, 야구와 관계없이 심리적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야구를) 못한 것은 한두 번도 아니지만,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며 “팀이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 긍정적 에너지를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까 가장 힘들었다. 지금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가고 있다는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만류했던 염 감독도 오지환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일단 네가 살아야 한다. 입장을 알겠다”며 배려했다. 오지환은 “선수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는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참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책임감이 컸다. 스스로에게 그만큼 엄격해진 것이다. 주장직을 내려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지환은 “스스로 납득이 안 되니 잠도 안 오더라. ‘고참이 돼서 왜 이렇게 야구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거에는 오히려 회피하고 싶어 했고, 어떻게든 실수를 빨리 넘기려고 했다. 지금은 야구를 알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쉽게 넘기기가 어렵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9승1무10패로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은 팀의 반등을 위해 노력할 참이다. 오지환은 “(김)현수 형이 우리 선수들을 많이 안다. 그래서 형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실 주장을 대신 맡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 현수 형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에게도 죄송하다. 그래도 내가 선수로서 도움이 돼야 하는 상황이니까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산 스포츠동아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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