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대창에 쫄∼깃쫄깃한 양… 눈 코 입이 기절하네

입력 2024-04-2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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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구리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양과 대창. 숯불로 제대로 구워주면 눈, 코, 입을 ‘3연타’하는 저 세상 맛을 선사한다.사진제공|연타발

양대창구이 전문점 ‘연타발’ 압구정본점

참숯불에 지글지글…불·훈향에 “아∼”
구리석쇠 위 양·대창 블루스에 “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감칠 맛에 “와∼”
“기분 ‘저기압’일 땐 ‘고기앞’으로 가자”
“있었는데, 없어졌다.”

맛있는 음식 중에는 ‘없어서 못 먹는’ 것들이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란 것이 다르다보니 안 먹어본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것들이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것을 넘어 열이 먹다 아홉이 사라져도 모르는, ‘신의 푸드’에 다다른 것들.

대창과 양을 불에 구워먹는다는 것은 미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행위다. 입으로 들어오기 전, 눈과 코가 앞서 미친 듯이 뛰쳐나간다. 대창과 양이 담긴 접시의 자태를 보며 탄성, 구이판 위에서 벌어지는 불과 훈향의 격렬한 키스에 탄성, 입안에 들어와 불꽃처럼 터진 뒤 녹아내리는 저 세상 맛에 탄성. 이렇게 맛과 탄성의 3연타가 폭발한다.

프리미엄 양대창구이 전문점 연타발(延陀勃) 은 ‘3연타’가 가능한, ‘좀 치는’ 곳이다. 그래서 연타발은 아니고, 상호 ‘연타발’은 고구려의 발원지였던 졸본 부여에서 큰 상단을 이끌던 위인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곧은 품성과 탁월한 혜안을 지녔다고 전해지는 연타발은 고구려의 건국을 위해 영토를 내어 준 고구려 건국의 최대 공신이기도 하다.

고대 연타발 상단의 장인정신을 이어받아 ‘지상최고의 특양, 대창구이를 만들겠다’는 것이 오늘날 21세기 연타발의 다짐이자 각오란다. 2004 년 개업해 20년의 역사를 지닌 연타발은 프리미엄 전문점답게 시설이 고급스럽고 테이블마다 전담 서버제를 실시해 가족의 오붓한 식사, 모임 회식장소로도 매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청정지역 나주 소를 고집하여 haccp인증을 받은 자체공장에서 고기가 들어오고, 가공공장에서 위생적인 처리를 거쳐 전국 8곳 연타발에 똑같은 고기를 제공하고 있어 어느 곳을 방문해도 균일한 맛을 보장한다.

입으로, 눈으로 그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먹고 싶다는 얘기다) 연타발 압구정본점을 방문했다.

입안에서 눈처럼 녹아내리는 대창구이



●양과 대창,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진다

우선 양과 대창에 대해 알아보기.

은근 양을 ‘양고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양꼬치, 양갈비이고 연타발에서 파는 양은 엄연히 소의 부위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는 4개나 되는 위를 갖고 있다. 이 4개의 위는 제각기 이름을 갖고 있는데(다 맛있다!) 이 중에서 첫 번째 위가 ‘양’이다. 양구이의 재료로는 양에서도 좁고 두툼한 살이 붙어 있는 깃머리가 사용된다. 아무리 큰 황소라고 해도 한 마리에서 나오는 깃머리의 양은 4∼5근 밖에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위는 주름이 많아 벌집양으로 불리며, 종종 식당에서 서비스로 간과 함께 조금 내어주기도 하는 천엽이 세 번째 위. 마지막 네 번째가 막창이라 불리는 홍창이다.

‘그럼 곱창은 뭡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곱창은 소의 소장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대창은 소의 대장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곱창이 곱창 안의 기름기 성분, 즉 ‘곱’의 맛을 즐기는 데에 포인트가 있다면, 대창은 고소하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설익으면 질기고 지나치게 익으면 오그라들어 씹는 맛이 사라지기에 참숯불에 재빨리 구워 먹어야 제 맛을 살릴 수 있다.

양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씹는 맛이 뛰어난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고기 부위와 구별해 ‘잇몸으로 씹는 맛’이라 표현하고 있다. 확실히 잘 구워진 양은 치아로 한번 씹히고, 잇몸에서 부드럽게 다시 씹히는 느낌이다. 반면 대창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고소함만 놓고 보면 대창이 왕이다.

치즈를 듬뿍 올린 양치밥도 인기메뉴다



●다만 사라져 가는 것이 슬플 뿐

연타발의 간판스타는 투툼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 좋은 특양구이와 부드럽고 고소한 대창구이다. 한우등심과 운동장 갈비(불판에 올려 놓으면 크기가 운동장만하다고 해서 운동장이란다)도 있다.

양과 대창을 제대로 먹어주기 위해서는 숯불에 구워야 하는데 문제는 이게 꽤 난도가 높다. 특히 대창은 등심 좀 구워봤다는 사람에게도 집게를 선뜻 맡기기가 꺼려진다. 참고로 프라이팬에 잘못 구웠다가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기름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대창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연타발에서는 서버 직원이 정성껏 한 점 한 점 양과 대창을 프로의 실력으로 구워준다. 곁들여 나오는 두부샐러드, 해파리 냉채, 더덕무침 같은 것을 집어 먹으며 두툼한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물들어가는 양, 대창을 곁눈질하는 것도 재미.

여기서 잠깐.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겠다고 굽는 도중 연기 빨아들이는 팬을 위로 올렸다가는 순식간에 화생방 훈련장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그만큼 연기량이 어마어마하다).

연타발의 양과 대창구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맛이다. 그저 불판 위에서 한 점 한 점 사라져가는 것이 슬플 뿐이다. 있었는데, 없어졌다.

양, 대창구이에 술을 곁들이고 싶다면 소주, 맥주, 막걸리도 좋지만 와인, 사케에 복분자주도 잘 어울린다. 연타발에서는 생맥주도 판매하고 있으니 주당들은 참조하실 것.

양, 대창구이를 먹고난 뒤 탄수화물이 당긴다면 양밥이다. 갈비김치찌개, 곱창전골, 한우양념불고기, 문어갈비탕, 왕갈비탕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양밥을 주문한다. 양밥은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시내 양대창 구이집에서는 아예 점심메뉴로 내놓는 집들도 있을 정도다. 밥에 깍뚝썰기한 특양, 깍두기를 더한 음식으로 둥글고 납작한 전용 철판용기에 한가득 담겨 나와 보는 맛까지 좋다. 여기에 쭉쭉 늘어나는 치즈를 얹어주면 ‘양치밥’이 된다.

저 세상(물론 좋은 세상이다) 다녀 온 기분으로 가게를 나서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이 한 점을 위해’라는 문구가 보인다. 연타발 내부 곳곳에는 유쾌한 카피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끄는데, 개중 마음에 드는 것은 이런 것들이 있었다.

“기분 ‘저기압’일 땐, 모두 ‘고기앞’으로”, “날로 먹는 인생은 없습니다. 그래서 구워 먹어야 합니다”, “매일 먹을 수 없으니까 오늘 많이 먹자”. 그래, 이런 거지. 기분좋게 4연타를 맞은 날.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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