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썼으니 돈 값하라는 말은 언뜻 맞다. 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면전에 돈 값하라는 무례함은 볼썽사납다. 공영방송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입에서 나오니 더욱 불편하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는 2021 대한민국 패션대상 시상식 열렸다. 문제는 이날 진행자인 김현욱 언사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약칭 스우파)에서 ‘Hey Mama’ 신드롬을 일으킨 댄서 노제(본명 노지혜)에게 돈 값하라는 식의 진행을 해 비판받고 있다.
이날 김현욱이 시상식을 빛내주기 위해 초청자 된 노제를 향해 “(이곳에) 유명한 분이 있다. 혹시 눈치챘냐”며 “사실은 비싼 돈을 들이고 이분(노제)을 불렀는데 효과를 못 봤다. 하필 또 모자를 씌웠다. 왜 모자를 씌웠는지 모르겠다. 저런 분은 춤 한 번 추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이후 무대 중앙으로 나온 노제를 향해서는 재차 “모자를 왜 썼느냐. 모자를 쓰고 나올 때도 멋있게 나와야 하는데, 고개 숙이고 나와서 첫 주자인데도 노제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노제는 “멋있게 보이려고 썼다. 춤으로는 무대에 많이 섰는데, 너무 다른 분위기의 쇼이다 보니 긴장해서 땅만 봤나 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현욱은 “워킹 연습은 한 거냐”고 물었다. 노제는 “아니다. 오히려 연습하고 그러면 인위적일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현욱은 노제에게 “다시 한번 워킹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노제는 다시 워킹을 보여줬다. 그 모습에 김현욱은 “모델과 다르다. 걷는 모습이 내가 걷는 거와 비슷하다”고 노제를 깎아내렸다.
충격적인 것은 이후 발언이다. 김현욱은 돌연 노제에게 “춤도 잠깐 보여줄 수 있냐. 그게 전공이니까. 축하하는 의미에서”라고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곳에서 춤까지 춰야 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공영방송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진행이다. 웃음을 주고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보려고 했지만, 지산만 신이 나고 당하는 사람이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행사 취지를 모르는 것인지, 주최 측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내놓으려다가 자충수를 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김현욱 진행은 두고두고 회자될 ‘최악의 진행’은 오명은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김현욱은 2000년 KBS 26기 공채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다. 2011년 퇴사하고 방송, 행사를 전전하고 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