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가 재혼까지 발표한 전 연인인 전청조와의 사기 공범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남현희가 과거 펜싱 코치들에게 전청조 재력을 자랑하는 육성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11일 채널A ‘뉴스TOP 10’에서는 남현희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녹취 파일은 남현희가 지난 2월 전청조가 부유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려던 펜싱 아카데미 사업을 주변 코치들에게 홍보하는 내용이다.
녹취파일 속 남현희는 “대표님(전청조)이 돈이 좀 되게, 굉장히 많다. SK와 삼성보다 훨씬 많다. 미국 IT 회사 계열 회장님이다. 대표님이 직접, 원래는 약간 귀찮기도 하고 일이어서 직접 안 나선다. 그런데 나와 엄청 친해. 돈 엄청 많다. 진짜다”라고 강조했다.
남현희는 “SK에서도 IT기술 하는 거 알지? 그래서 SK에서도 도와달라고 하고 있는 입장이다”라고 사실 확인도 안 된 이야기를 주장했다.
남현희는 최근까지 전청조와의 사기 공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도 전청조 사기 행각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현희 법률대리인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공동정범이든 방조범이든 사기 공범에 해당하려면, 남현희가 전청조 투자 사기 행각을 알고 있었어야만 한다. 남현희는 전청조와 결별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전히 속은 상태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청조가 남현희에게 한 벤틀리 선물과 금전 지원에 대해서는 “혼인 빙자 사기 수법 중 하나다. 이번 범행에서 전청조는 유명한 남현희를 숙주로 삼아 주변의 부유한 피해자들을 노렸다. 전청조가 지금까지 벌여온 사기 행각의 반복된 패턴에 주목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공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채널A는 전청조 차명계좌 자금 일부가 남현희 계좌로 이체된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1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몇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청조 말에 속아 모두 11억 원을 송금한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 학부모 A 씨 부부는 지난 6월 1일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 전청조 측근 명의의 차명 계좌로 5억 원을 보냈다.
문제는 같은 날 해당 계좌에서 두 차례 거액이 빠져나갔다. 벤틀리 대금이라며 남현희 이름으로 3억 3000만 원. 또 남현희 본인 계좌로 1억 4000만 원이 이체됐다.
A 씨는 자신이 보낸 돈 5억 원 가운데 4억 7000만 원이 그대로 남현희에게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 2월 이후 모두 다섯 차례 남현희와 전청조를 부부 동반으로 만났고 투자 이야기를 나눈 건 최소 3차례라고 주장했다. A 씨는 “4월 중순 펜싱 대회 후 호텔방에서는 구체적으로 투자 논의를 했는데 남현희 역시 이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현희는 경찰 조사에서 “투자 관련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흐름은 남현희의 공범 또는 경제 공동체 여부를 밝힐 단서다.
전청조는 측근과 가족 앞으로 된 차명 계좌 2개를 사용했는데, 이중 남현희 계좌로 보낸 돈은 각각 3억 5000만 원과 9000만 원이었다. 남현희가 직접 받은 현금만 4억 40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추가 차명 계좌 내역과 현금 거래 내역도 규명해 남현희와 전청조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청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10일 송치됐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전청조 사기 피해자는 23명이다. 피해 금액만 28억 원가량이다.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올 수도 있다. 피해 금액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