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스포츠동아DB
LG는 MBC 청룡을 인수한 1990년부터 꾸준히 그룹 오너가 구단주를 맡고 있는데, 구광모 회장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3대 회장(1990~2008년), 구본준 LX그룹 회장(2008~2018년)에 이어 2019년부터 구단주를 맡고 있다.
LG 오너 일가의 야구 사랑은 각별했는데, 구본무 선대회장은 LG가 마지막으로 정규시즌-KS 우승을 차지했던 1994시즌이 끝난 뒤 다음 우승을 기약하며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소주와 롤렉스시계를 준비해놓기도 했다. 아와모리소주는 LG의 2군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 전시돼있고, 시계는 구단 금고에 보관돼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LG의 3번째 우승을 이끈 KS 최우수선수(MVP)에게 시계를 주겠다고 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야구계와 인연이 깊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KBO 총재를 맡았고, 지난해 2월부터는 LG 구단주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 보니 구광모 회장도 야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특히 KS 1차전에 정장이 아닌 LG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등장한 것부터 화제를 모았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힘차게 박수를 치는 등 소탈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구광모 회장은 4차전이 벌어진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도 청바지에 유광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LG 팬들이 일으킨 파도타기 응원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LG 선수들도 구단주의 응원에 힘입어 시리즈를 주도했다. 1차전에선 2-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2~3차전을 내리 따낸 데 이어 구광모 회장이 방문한 4차전에선 홈런 3개를 포함한 장단 17안타로 무려 15점을 뽑아냈다.
LG는 정규시즌 우승만으로도 이미 많은 화제를 뿌렸다. 29년 만에 쓰인 스토리에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둘씩 쏟아졌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소탈한 모습까지 조명 받고 있다. 2023년 가을을 장식한 팀은 단연 LG인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