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엔플라잉 “1000위→1위…‘옥탑방’ 역주행 아직도 얼떨떨”

입력 2019-04-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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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밴드 엔플라잉은 2015년 데뷔한 지 4년 만에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다. 1월 ‘옥탑방’의 차트 역주행에 힘입어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세를 신곡 ‘봄이 부시게’로 이어가겠다는 이들은 “단 한 명이라도 듣고 힐링을 얻는다면 만족한다”며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 데뷔 4년 만에 뜬 4인조 아이돌 밴드 엔플라잉

한 누리꾼의 게시글 이후 순위 반전
믿기지않는 기쁨에 눈물이 다 났죠
신곡 ‘봄이 부시게’는 봄 사랑 노래
늘 힐링되는 음악 들려주고 싶어요

‘꿈을 꾸는 한 실패는 없다’는 말처럼 4인조 밴드 엔플라잉(이승협·차훈·김재현·유회승)은 실현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좋은 노래는 언젠가 빛을 보게 된다”는 믿음과 자신들의 꿈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믿음은 꿈을 키웠고, 꿈은 현실화했다. 이들은 2015년 아이돌 밴드의 선두주자이자 같은 소속사 선배인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의 명맥을 잇겠다는 포부를 내걸었지만 데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자신들의 믿음이 현실로 이뤄지는 짜릿한 순간을 맛보고 있다.

1월 초 발표한 ‘옥탑방’이라는 곡이 뒤늦게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2월 말 1위에까지 오른 것이다. 3월 초 방송한 한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1위는 데뷔 4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정해진 활동을 마무리하고 새 앨범 작업을 위해 휴식을 취하던 이들이 뒤늦게 음악방송에 다시 출연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들은 새 앨범을 발표하며 꿈이나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꿈이 이뤄진 순간 멤버들은 오열했다. 온라인에서는 아직도 엔플라잉이 1위를 하며 눈물을 흘렸던 모습이 담긴 ‘오열 짤’이 떠돌아다닌다.

“듣기 좋은 노래”라고 입소문 난 곡은 쉽게 잊혀지지 않듯, ‘옥탑방’은 24일 현재까지도 각종 음악차트 20위 안에 올라와 있다. “실력파 그룹”이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엔플라잉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3개월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일 수 있게 된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이날 오후 새 미니음반 ‘봄이 부시게’를 발표하기에 앞서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이들의 얼굴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옥탑방’이 뒤늦게 사랑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얼떨떨합니다. 처음 곡이 나왔을 때는 정확히 547위였어요. 그 후 점점 순위가 떨어지다가 1000위 밖으로 아예 밀려났어요. 그런데 갑자기 두 달 만에 96위에 오르더니, 35위→13위→6위→1위까지 하게 된 거죠.”

평생 잊지 못하는 순간이다. 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1000위 밖으로 나가 집계조차 되지 않았던 어느 날 갑자기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을 쓴 이는 “이 ‘띵곡’(명곡을 뜻하는 신조어) 한번 들어보라”며 ‘옥탑방’을 추천했다. 몇 시간 후 해당 곡은 갑자기 음원차트 300위를 기록했다.

“너무 행복했어요. 차차 순위가 올라 처음으로 100위 안에 진입했을 땐 눈물이 다 나오더라고요. 라디오 등 방송에 출연해 글을 올려주신 분을 찾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죠. 회사에서도 나서서 ‘은인’과도 같은 분을 찾아주셨어요. 결국 어렵게 연결이 되었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어요.” (김재현)

‘옥탑방’은 엔플라잉의 리더인 이승협의 자작곡이다. 당시 멤버들은 그룹의 곡 대부분을 만드는 이승협이 다음 앨범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마음껏 좋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노력한 결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 스태프와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해 주었다.

“처음엔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서운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저를 배려했다는 마음을 알고 더 감동 받았어요.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결과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함께 고생했던 분들도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고요.” (이승협)

동명의 앨범 타이틀곡 ‘봄이 부시게’도 이승협이 만든 곡이다. 겨울에 이별한 쓸쓸함을 ‘옥탑방’으로 표현했다면, ‘봄이 부시게’는 제목처럼 봄의 사랑을 노래했다. 듣기 편한 멜로디는 여전하다.

“상대를 위로하는 듯한 가사와 멜로디는 비슷해요.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이적 선배님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는데, 엔플라잉의 노래로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이승협)

엔플라잉은 자신들을 향한 뒤늦은 조명이 절대 서운하지 않다. 또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FT아일랜드, 씨엔블루와 비교되며 ‘엔플라잉의 색깔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그것이 우리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회승이가 좋은 노래는 언젠가 빛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음악은 변하지 않았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니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진심도 알리게 됐고, 엔플라잉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차차 알려드리려 합니다. 성적은 기대하지 않아요. 멤버들 모두 100% 만족한다는 점이 중요하죠. 한 명이라도 우리 음악을 듣고 힐링을 얻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면 그걸로 된 거죠!” (김재현·차훈)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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