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연기 그만두고 싶기도…” 조한선, 다시 쓴 ‘인생캐=임동규’
‘인생캐’. ‘인생 캐릭터’의 준말로 배우에게 있어 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하게 연기한 캐릭터를 뜻하는 표현이다. 배우 조한선에게 있어 그의 필모그래피의 대표적인 ‘인생캐’는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의 반해원이었다. 정태성(강동원)과 쌍두마차를 이루는 진한 매력으로 팬들을 결정 장애의 늪에 빠뜨린 주인공. 이후로도 조한선은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 ‘그래, 그런거야’ ‘빙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입으며 변신을 꾀했다. 그렇게 16년 만에 두 번째 ‘인생캐’를 드디어 만났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임동규를.
“임동규로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지금도 얼떨떨해요. 유튜브 영상과 ‘짤’이 돌아다니는 것 볼 때마다 신기하고요. 인터뷰를 하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에요.”
“캐스팅 될 때는 대본이 4부까지만 나온 상황이었어요. 스포츠 드라마가 아주 옛날 빼고는 잘 된 선례가 없어서 조금 걱정됐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의 확신에 찬 모습에 믿음을 가졌죠. 저에게는 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었어요. 제가 등장한 초반에는 시청률이 낮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11회에 재등장할 때도 심리적으로 압박감과 불안감이 없지 않았죠. 팀에 민폐가 될까봐 더 치열하게 캐릭터에 파고들었어요. 아마 2회 이후에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전략적인 ‘특별출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축구선수를 한 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다만 축구와 야구는 쓰는 근육이 다르다 보니 기술적으로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첫 훈련을 마치고 나서 앓아 누웠죠. 손에 멍이 들고 살이 까질 때까지 배우고 연습했지만 타격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루틴 동작이나 스윙 동작이 최대한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몸에 익히려고 했어요. 야구화를 신고, 유니폼을 입고, 배트를 잡고, 타석에 들어설 때의 동작 같은 것들이요. 자연스럽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강두기를 연기한 하도권 형과는 ‘사귀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하. 형과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연기하기도 편했고요. 형과 칼국수집에서 재회했을 때 되게 남다른 감정이 들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도 좋았어요. 어떤 작품이든 다 똑같았지만 ‘스토브리그’는 정말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공허함이 길게 갈 것 같아요.”
“‘반해원이 야구한다’는 댓글을 봤어요. 반해원과 임동규 사이에 꾸준히 뭔가를 해왔는데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아직 부족하고 모자란 거겠죠. 가슴 속 응어리를 푹 찌르는 느낌에 마음이 아리더라고요. ‘스토브리그’는 많은 배우들이 잘 이끈 작품이고 저는 제가 잘 끌려갔다고 생각해요. 제가 임동규를 연기했지만 시청자들이 봐주지 않고 공감하지 못했다면 사라졌을 테죠. 많은 분들이 만들어준 감사한 캐릭터예요. ‘스토브리그’로 주목 받은 것에 그저 감사해요. 앞으로 더 준비해서 열심히 올라가야죠.”
조한선은 작품 활동과 더불어 유튜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주요 콘텐츠는 모토캠핑(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캠핑)이다. 조한선은 “작품을 마친 후의 공허함을 모토캠핑 취미로 극복했다”며 “많은 분들이 일상생활을 궁금해 하더라. 내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마침 제작자와 연결돼 콘텐츠로 만들어서 공개하게 됐다”며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제가 성격이 되게 밝거든요. 유튜브뿐 아니라 예능도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요. ‘맛있는 녀석들’에 문세윤과 친분이 있어서 나간 적 있는데 또 나가고 싶어요. 저 원래 잘 먹거든요. 또 나가면 정말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