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엑 셔누 첫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걱정은 기우…물 만난 ‘계략곰’ (종합)[DA:리뷰]

입력 2024-04-0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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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엑 셔누 첫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걱정은 기우…물 만난 ‘계략곰’ (종합)[DA:리뷰]

걱정은 기우였다. 몬베베(팬덤) 사이에서 ‘계략곰’으로 불리는 몬스타엑스 셔누가 첫 뮤지컬 도전작 ‘그레이트 코멧’에서 또 한 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맞춤 정장 같은 캐릭터를 입으니 제대로 물 만났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기획·제작 ㈜쇼노트). 이 작품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 스토리를 기반으로 재창작한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뮤지컬이다.


‘그레이트 코멧’은 201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2016년에는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씨어터에 입성해 작품의 콘셉트에 맞게 무대와 객석을 전면 개조해 관객들과 호흡했다. 토니 어워즈 2관왕,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4관왕, 외부 비평가상 2관왕을 달성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뮤지컬 공연과 달리 무대와 객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 공연 역시 이 같은 구성과 한국 프로덕션만의 강점을 더해 기존에 위치한 객석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고, 무대 위에 객석을 두는 등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무대 속에 객석이 배치돼 있어 객석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객석에서 ‘N차 관람’하는 묘미가 있다.

특히 올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초연 당시 팬데믹으로 축소됐던 이머시브 요소를 강화했다. 배우들은 공연 중 관객 사이에 스며들어 호흡하고, 관객에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해 배우와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장했다.

정시 공연에 앞서 무대와 관객석 곳곳에 등장하는 배우와 연주자들은 자연스럽게 관객들과 호흡하며 ‘하나’가 되기를 유도한다. 관객과 가까이서 눈을 바라보고, 손뼉을 마주치고, 때로는 안기는 등 과감한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쑥스러움이 많은 MBTI ‘슈퍼 I’ 관객이라면 통로석을 피하는 것을 추천. 하지만 제대로 공연을 즐기고 싶은 ‘슈퍼 E’라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함께 춤추는 흥을 보여줘도 좋다.

배우와 연주자의 경계도 없다. ‘그레이트 코멧’은 연주 앙상블 ‘로빙 뮤지션’은 물론이고, 주인공 피에르를 비롯해 배우 대부분이 연기와 악기 연주를 동시에 소화한다. 함께 연기하고 연주하며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과 호흡한다.

원작자 데이브 말로이는 ‘그레이트 코멧’을 ‘일렉트로 팝 오페라’라고 불렀을 만큼 음악 장르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그레이트 코멧’은 음악적으로도 고전과 현대의 감성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무대를 완성했다.

‘그레이트 코멧’의 또 다른 특징은 대사 없이 노래로 이뤄진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는 것.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해 2시간 40분 동안 27곡의 노래를 쉼 없이 선보인다. 다만 평범한 추임새마저 노래로 하다 보니 어딘가 어색한 느낌은 있다. 때때로 영화 ‘더 마블스’에서 노래로 말하는 ‘알라드나’ 행성의 얀 왕자(박서준)를 보는 듯하다. 대사 전달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도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은 ‘기대 이상’이다. 기자가 관람한 3월 29일 공연에서는 케이윌, 이지수, 몬스타엑스 셔누가 주연 3인방으로 열연했다.

먼저 케이윌은 부유한 귀족이지만, 사회에서 겉돌며 우울과 회의감 속에 방황하는 ‘피에르’ 역을 연기했다. 그와 더불어 하도권, 김주택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지수는 전쟁에 출전한 약혼자 ‘안드레이’를 그리워하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여인 ‘나타샤’를 맡았다. 같은 역에 유연정(우주소녀), 박수빈(우주소녀)도 캐스팅됐다. 마지막으로 몬스타엑스 셔누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젊은 군인으로 ‘나타샤’를 유혹하는 아나톨 역을 소화했다. 고은성, 정택운(빅스)도 아나톨로 트리플 캐스팅됐다.

3년 전에 이어 다시 피에르로 돌아온 케이윌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도 인상적. 다수의 무대 경험으로 쌓은 센스와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케이윌만의 피에르를 선보인다.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로 데뷔해 ‘레베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지수.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나타샤는 사실상 원톱 주인공. 이지수는 청아한 목소리와 안정된 연기로 나타샤의 여리고 순수한 면모를 200% 표현해내며 ‘믿고 보는’ 무대를 완성한다.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몬스타엑스 셔누도 10년 가까이 아이돌로서 무대에서 갈고 닦아온 무대 매너와 끼를 발산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운 미성의 팝 보컬이 ‘세기의 사랑꾼’ 아나톨을 만나면서 매력이 배가된다. 능구렁이 같은 ‘셔나톨’의 플러팅에 객석 곳곳에서도 탄성이 쏟아진다. 셔누는 메인 댄서답게 퍼포먼스에서도 강점을 보이는데 노련한 무대 운용력, 멋진 바이올린 연주까지 첫 무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흥도 터지고 배우들의 매력도 터지는 ‘그레이트 코멧’은 오는 6월 16일(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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