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반크
반크(단장 박기태)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사장 제니퍼 최)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에서 ‘글로벌 대한인국민회 홍보대사 위촉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번 발대식은 100여 년 전 미주 한인 사회가 조국 독립을 위해 하나로 결집했던 대한인국민회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이를 21세기 글로벌 청소년·청년 세대의 언어로 재해석해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어, 현장과 비대면을 포함해 총 10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박기태 단장의 ‘대한인국민회 홍보대사, 그 위대한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권소영·구승현 연구원이 ‘대한인국민회 글로벌 홍보대사 활동 및 홍보 전략’을 주제로 실질적인 콘텐츠 제작 방법과 글로벌 확산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세계 교과서와 온라인 콘텐츠 속 한국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 실천 방안이 공유되었다.
반크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한인국민회의 역사적 가치 확산과 차세대 글로벌 홍보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왔다. 대한인국민회는 1910년대 국권 상실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미주 한인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하고 치안과 재판 기능을 수행하는 등 사실상의 자치 정부 역할을 수행한 조직이다.
특히 이민 1세대 한인들은 섭씨 40도를 넘는 혹서 속 노동으로 얻은 임금과,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한 숟가락씩 정성껏 모은 ‘성미(誠米)’를 통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미와 후원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기 재정의 60% 이상을 책임지며, 공동체 연대와 헌신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진제공|반크
박기태 단장은 강연에서 “대한인국민회는 나라를 잃은 절망 속에서도 ‘우리가 곧 대한민국’이라는 신념으로 서로를 지켜낸 공동체였다”며 “오늘 우리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100년 전, 총 대신 호미를 들고 생존과 독립을 동시에 일궈낸 선조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오늘날 ‘코리안 아메리칸’ 정체성의 뿌리이자 우리가 이어가야 할 자부심”이라며 “독립운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그 정신이 오늘의 한인 차세대에게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독립운동가 김종림(1886~1973) 선생의 삶을 소개하며 청중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김종림 선생은 100년 전 캘리포니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벼농사로 큰 성공을 거두며 미주 한인 최초의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그 부를 개인의 안락이 아닌 조국 독립을 위해 기꺼이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캘리포니아에 살아가는 우리는 이 이야기를 더 이상 과거의 미담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며 “선조들이 ‘성미 한 숟가락’으로 지켜낸 나라를 오늘의 우리가 이어 지키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는 21세기 독립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소영 연구원은 강의에서 “과거의 전통 외교가 정부와 전문가 중심의 공식 채널을 통한 일방향 정보 전달이었다면, 이제는 시민과 학생이 직접 참여하여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21세기형 디지털 공공외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은 이러한 전략의 실천 사례로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는 반크의 캠페인을 소개했다. 반크는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여성 독립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한 강혜원 선생, 미주 한인들의 대변인이자 명예 대사 역할을 수행한 이대위 선생, 그리고 헤이그 특사 통역 및 유엔연합국 회의 참여 등 외교 최전선에서 활약한 송헌주 선생의 삶을 디지털 콘텐츠화하여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방향성으로,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쌍방향성, 정보의 개념을 확장하는 ▲전략적 접근, 그리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맞춤형 스토리텔링을 꼽았다. 권 연구원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가 확산될 때, 비로소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이 오늘날 세계 시민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승현 연구원은 한국 관련 오류와 왜곡 사례를 발견하고 이를 시정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해외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한국의 역사가 여전히 일본이나 중국의 일부로 오해되거나, ‘일본해’ 단독 표기와 같은 오류가 방치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현장의 실태를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지역의 달라스 미술관과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을 조사한 결과, 한국 전시관이 일본·중국에 비해 현저히 작거나 전시 안내문에 오류가 있는 등, 세계 곳곳에서 한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사진제공|반크
또한 그는 AI 시대를 맞아,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설득력 있는 영문 서한을 작성하고 글로벌 캠페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했다.
제니퍼 최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장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해외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질서와 제도를 만들어 공동체를 지켜낸 경험은 오늘날에도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신분증 발급, 치안과 재판 기능, 그리고 ‘성미’를 통한 자발적 모금은 물리적 유산을 넘어 공동체 정신과 실천이 결합한 살아있는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K-공공유산은 역사 기록을 넘어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확장해야 할 글로벌 공공 가치”라고 강조했다.
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미래정책 담당관은 “이번 홍보대사 프로그램은 대한인국민회의 정신을 디지털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한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를 직접 전달하는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가치가 특정 지역과 세대를 넘어 세계 시민과 연결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발대식을 시작으로 홍보대사들은 약 한 달간 4단계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1단계(무관심을 관심으로)는 발대식 강의 및 대한인국민회·미주 독립운동가 관련 영상 시청 후 후기 작성과 재외동포 역사 및 한국 소개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단계(관심을 실천으로)는 미국 교과서, 지도, 박물관, 웹사이트 등에서 한국 관련 오류를 조사하고 시정 서한을 발송하는 활동과 함께, 생성형 AI 상의 한국 관련 정보 오류를 점검하고 개선을 제안하는 실천 활동이 포함된다. 3단계(실천을 조직으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한국 역사·문화 홍보 콘텐츠 제작과 주변 지인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 활동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4단계(내가 기획하고 실천하는 위대한 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대한인국민회 홍보대사로서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예컨대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 제안 등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모든 미션을 완료한 참가자들의 결과물은 반크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의 심사를 거쳐 평가되며, 우수 활동자로 선정된 이들에게는 ‘대한인국민회 홍보대사’ 임명장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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